2027년부터 ‘팀 스포츠’ 과목 신설
풋살 등 통해 협력 배우도록 설계
‘지역의료 실습-독서토론’ 과목도
예과-본과 구분없이 통합 6년제로
서울대 의대가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는 과목을 대폭 신설한다. 의정 갈등을 계기로 포용과 승복, 공감과 소통, 희생과 배려를 갖춘 리더십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져 새로운 커리큘럼을 마련했다고 대학 측은 설명했다. 서울대는 2027년 1학기부터 현행 ‘예과 2년+본과 4년’ 체제를 통합 6년제로 전환하며 이 같은 커리큘럼을 적용할 계획이다.
● “스포츠 수업으로 승복과 포용 배워”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55)은 16일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2027년부터 ‘팀 스포츠’와 ‘지역의료 실습’, ‘독서 토론’ 등 과목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해 2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의대가 학제를 선택하게 했는데, 서울대는 예과·본과 구분을 없애기로 했다. 과거 예과가 맡던 교양 기능을 6년 전체로 분산해 공동체 경험을 강화하고 기초·임상 과목의 연속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김 학장은 “의정 갈등을 겪으며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는 교육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의대생은 집단 휴학계를, 전공의는 사직서를 내며 반발했다. 약 1년 7개월간 이어진 갈등과 혼란 끝에 올 7월 의대생 단체는 복귀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 단체 등은 “의사들이 환자를 돌보지 않고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신설할 팀 스포츠 과목은 풋살 등 팀 경기를 통해 자연스레 협력과 리더십을 배우도록 설계한다. 저학년 공통교양 과목으로 개설해 모든 의대생이 이수하게 할 방침이다. 김 학장은 “서울대 의대생은 상위 0.03%에 속하는 인재다. 살면서 한 번도 경쟁에서 뒤처진 적이 없다”며 “그럴수록 결과에 승복하면서도 패자를 포용하는 법을 경험으로 체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는 해외 연구에서도 스포츠 활동의 긍정적 효과가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2022년 영국에선 대학 농구팀에 참가한 의대생의 협동심과 책임감 등이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생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대 의대 본과 3학년 김모 씨(31)는 “즐겁게 참여할 것 같고, 협동심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예과 2학년 박모 씨(20)는 “건강 증진과 팀워크 향상에 좋은 취지”라며 “신체적 사유로 참여가 힘든 학생을 위해 대체 협동 수업도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취약지 실습으로 ‘나는 혜택받아’ 인식 높여”
지역의료 실습 과목은 쪽방촌이나 장애인 시설, 격오지 등 의료 취약지에서 일정 기간 체류하며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함께 경험하는 데 초점을 둔다. 김 학장은 “(실습을 하면) 단순히 취약층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나는 혜택받고 살았으니 사회에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학장은 지난해 2월 학위수여식에서도 “여러분은 자신이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숨어 있는 많은 혜택을 받고 이 자리에 서 있다”며 “의사가 숭고한 직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사회적 책무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독서 토론은 책 내용을 토론하며 공감과 소통의 지적 토대를 쌓는 방식으로, 미국 시카고대의 토론 수업인 ‘고전 100권 읽기’를 벤치마킹했다. 유튜브로도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대에 단순히 ‘엑설런스(탁월함)’만 갖춘 것이 아닌 포용과 공감의 리더십을 갖춘 인재상을 목표로 한다는 게 서울대 측 설명이다. 지역의료 실습과 독서 토론은 전 학년 참여가 가능하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서울대 의대는 의료계뿐 아니라 윤리·교육·체육교육학자 등 전문가로 구성된 교육과정 개발위원회 7개 분과를 통해 커리큘럼을 짜고 있다. 새 과목은 내년 상반기(1∼6월) 교육과정 개발위원회·교육위원회 검토와 학부 대학 심의를 거쳐 2027년 1학기 정식 개설될 예정이다. 의대 관계자는 “올해 말 확정안이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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