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수급은 숫자 문제 아냐…원자료도 꼼꼼히 검증해야”
“추계 결과가 정치적 결론처럼 소비돼선 안돼…추가 검증·논의해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 2025.12.12/뉴스1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발표한 의사 수급 추계 결과를 두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최종 결론이 아닌 논의의 출발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변수 설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추계 결과가 정치적 결론처럼 소비돼서는 안 되며 충분한 검증과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31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의사수급 추계 결과는 변수를 조금만 달리해도 예상값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이번 수급 추계 결과는) 최종 결론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한 출발점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특히 의사수급 추계가 본질적으로 높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료현장의 복잡성과 진료 행태의 다양성, 기술 발전과 사회 구조 변화 등을 고려할 때 단일 수치나 특정 시나리오에 기반한 결론은 정책 판단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추계 결과에 대한 검증 절차의 부재도 문제로 지적했다. 의협은 “추계 결과를 도출한 원자료와 분석 방법, 분석 코드 등이 공개되지 않았다”며 “학문적·정책적 사안과 마찬가지로 이번 결과 역시 충분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추계위원회 측에 자료 검증을 위한 원자료와 분석 방법 제공을 요청했으며, 이를 토대로 자체 검증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자체 분석 결과와 연구 공모 과제를 통해 도출한 자료를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며, 정부 추계와의 교차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단일 기관의 분석 결과가 정책 판단의 근거로 소비되는 구조는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의사 노동량과 생산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의협은 “의사 한 명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진료를 수행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논의 없이 수급 추계를 진행한 점은 유감”이라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의료 이용량이 현재와 같은 속도로 지속 증가한다는 가정 역시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인구경제학적 측면에서도, 현행 건강보험 재정 구조에서도 의료 이용량이 동일한 비율로 계속 증가한다는 가정은 성립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전제 위에서 도출된 추계는 정책 판단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의과대학 교육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의협은 “이번 추계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정치적 쟁점을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을 뿐, 의과대학 교육 현실과 교수 인력, 교육 인프라에 대한 고려는 부족했다”며 “의사수급 정책은 단순히 몇 명을 양성할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질 높은 의사를 양성할 것인지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의과대학 교수진과의 충분한 논의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의협은 향후 논의 과정에서 의학교육 여건과 양성 체계에 대한 검토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이번 추계 결과를 단순히 추인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고도 밝혔다. 추계 결과의 한계와 문제점을 인식한 상태에서, 검증을 거친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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