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산망 복구 총괄 공무원 투신해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4일 01시 40분


코멘트

국정자원 화재 수사대상엔 포함 안돼
사고 8일째 전산망 복구율 18% 그쳐

2025.9.27. 뉴스1
2025.9.27. 뉴스1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이후 전산망 복구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해 온 공무원 이모 씨가 투신해 숨졌다.

3일 행정안전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0분경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인근 바닥에서 행안부 디지털정부혁신실 소속 서기관인 이 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병원으로 이송된 이 씨는 끝내 사망했다. 청사 15층 남측 테라스 흡연장에서 이 씨의 휴대전화가 발견됐고 유서는 없었다고 한다.

이 씨는 국정자원 화재와 관련된 경찰 수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국정자원 화재 이후 전산망 복구 작업을 총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복구 업무 과중으로 인한 사고인지 등 정확한 투신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 행안부는 국정자원 화재 사고 관련 업무를 담당한 소속 공무원이 숨진 데 대해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행안부는 이번 추석 연휴 내내 복구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지난달 26일 화재 이후 8일이 지났지만 이날 기준 복구가 완료된 전산망은 647개 중 116개로, 복구율은 17.9%에 불과하다. 정부는 전산망을 최대한 빨리 복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정상화까지는 최소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복구가 더딘 이유는 직접 화재 피해를 입지 않은 국정자원 2∼4층 전산망도 전소된 5층 전산망 및 공용저장장치와 연계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스템 위주로 대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침통한 행안부 “사고 수습에 최선”… 현황 브리핑도 취소
[국가전산망 마비 사태]
복구 총괄 공무원 투신 사망
경찰, 업무 과중 등 사고 경위 조사
증거물 분석 착수… 화재 수사도 속도
28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 소실된 리튬이온배터리가 소화 수조에 담겨 있다. 2025.9.28/뉴스1
28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 소실된 리튬이온배터리가 소화 수조에 담겨 있다. 2025.9.28/뉴스1
국가전산망 화재 복구 관련 업무를 하던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이 정부세종청사 옥상에서 투신해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3일 행안부는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이날 직원의 사망 소식을 보고받고 세종시로 내려갔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와 관련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도 오후 2시에 예정돼 있었지만 사망 사고 직후 취소됐다. 행안부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행안부 장관과 직원 일동은 이번 사고 수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숨진 행안부 디지털정부혁신실 소속 서기관 이모 씨는 지난달 26일 대전에서 발생한 국정자원 화재로 인해 장애를 일으킨 정부 전산망 복구 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화재와 관련해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건 아니었다. 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숨진 이 씨는 그동안 진행된 참고인 조사나 앞으로 예정된 조사의 대상자가 아니다”라며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무관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3일 세종 은하수공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국가전산망 담당 행정안전부 공무원 이모 씨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2025.10.3/총리실 제공
이 씨 사망 사건을 맡은 세종남부경찰서는 복구 업무 과중으로 인한 사고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전산망 복구가 지연돼 시민 불편이 커지는 상황에서 실무 책임자인 이 씨가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이 씨가 유서를 남기지 않아 정부세종청사 15층에서 발견된 이 씨의 휴대전화와 관련 인물들 진술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세종시에 마련된 이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한편 이번 화재가 인재(人災)인지 파악하기 위해 대전경찰청 국정자원 화재 전담수사팀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물 분석에 착수했다. 전담수사팀은 2일 국정자원 및 관련 업체 3곳 등 4곳을 압수수색했고, 확보한 박스 9개 분량의 자료와 PC 등에 대해 추석 연휴 동안 분석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전담수사팀 관계자는 “주 전원 차단 이후 다른 부속 전원을 차단했는지 등 작업 적절성 이행 여부는 물론이고 배터리 잔류 전류로 인한 화재 가능성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국정자원 현장관리자 1명과 배터리 이전 공사 업체 관계자 2명, 작업 감리 업체 관계자 1명 등 4명을 업무상 실화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이 밖에도 현장 책임자와 작업자 등 참고인 17명을 조사했다.

#국정자원 화재#국정자원#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복구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