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30만~60만원 입장료 받는 유료 ‘신용정보방’ 만들어 무단 공유
‘상품권 사기’ 역고소 결과도 알려줘… 경찰 “불법추심에도 정보 악용 의심”
“이OO 87(년생), (경기 고양시) 일산 조회될까요?”
불법 사채업자 80명이 모인 텔레그램 대화방에 한 업자가 채무자의 이름과 출생 연도, 거주지를 올리자 곧바로 답변이 돌아왔다. “걔 지금 매장 근무 중이에요.” 또 다른 업자가 “김OO 97 충남 조회 부탁합니다”라고 묻자 “걔 돈 안 갚습니다”라며 욕설과 조롱이 쏟아졌다. 사채 조직끼리 채무자의 개인정보를 무단 공유하는 이른바 ‘신용정보방’의 실제 대화 내역이다.
● 단속 피해 만든 음성 신용평가망
서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는 불법 사채 조직들이 이처럼 채무자의 신용정보를 사고파는 유료 대화방을 열고 사채 영업과 추심에 악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대부 중개 플랫폼 단속 강화 등 전방위적 압박이 이어지자 불법 사채 조직끼리 연대해 돈을 안 갚은 이력이 있는 이른바 ‘사고자’를 걸러내는 음성적인 신용 평가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한 것이다.
1일 상품권 예약 판매를 빙자한 변종 불법 사채 조직 2곳의 신용정보방 대화 내역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채무자의 각종 신상정보가 약 5분 간격으로 끊임없이 오갔다. 김모 씨가 운영하는 이 텔레그램 대화방에는 돈을 갚지 못한 채무자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며 원색적인 욕설을 퍼붓는 업자들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이들은 불법 사채 조직을 경찰에 신고한 채무자의 명단을 공유하며 “악질 중의 악질”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또 다른 상품권 사채 조직을 이끄는 배모 씨의 대화방에서는 피해자를 ‘상품권 사기’ 혐의로 역고소한 결과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들은 채무자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뒤 취하 비용 등을 추가로 요구하는데, 그 노하우까지 나누는 것이다. 한 업자는 강화된 정부의 단속을 겨냥한 듯 “사태가 잠잠해지고 기억에서 잊혔을 때 두 배로 갚아 주자”고 했다.
● 월 수천만 원 ‘입장료 장사’까지
현재 불법 사채 시장에선 이런 신용정보방 여러 개가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다른 대화방에 중복해서 가입하면 강퇴시킨다’며 경쟁적으로 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대화방 입장료 자체도 추가적인 수익원으로 삼았다. 온라인 상품권 사채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 씨는 4월 27일 업자들에게 “기존 회원 연장비는 30만 원, 신규 입장자는 60만 원”이라며 대화방 입장료를 안내했다. 5월에도 단체 대화방에서 채무자의 신용을 조회하고 싶으면 추가 요금을 내라는 뜻이다. 그가 운영하는 대화방에 60여 명이 입장해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화방 수익만 최소 월 18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이렇게 공유된 개인정보가 불법 추심에도 악용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 1년여간 약 6000만 원을 빌린 뒤 90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으로 되갚은 김민재(가명·31) 씨는 사채 조직이 회사 인사팀에 “김민재가 사기를 쳐서 연락드렸다. 알고 계셨냐”라고 전화하는 등 불법 추심을 겪었다. 김 씨는 “업자가 ‘네가 말 안 해도 (신용정보방에서) 다 아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며 대화방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상품권 사채 조직을 수사하는 경찰은 이 과정에서 신용정보방의 존재를 파악했고, 운영진과 회원에게 대부업법 위반 외에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추가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업자들이 신용정보 조회라는 명목하에 개인정보를 조직적으로 활용해 온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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