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가 된 30대 남성이 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12월 20일 원광대병원에서 조석원 씨(30)가 심장, 간장, 폐장, 좌·우 신장을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고 6일 밝혔다. 조 씨는 지난해 12월 13일 같은 병원 방사선과에서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사고는 공교롭게도 조 씨의 누나인 조은빈 씨의 생일 전날에 일어났다. 은빈 씨는 생일 당일 ‘조 씨가 뇌사상태가 되어 다시는 깨어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은빈 씨는 “제 생일날에는 선물처럼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며 눈물을 삼켰다.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조석원 씨와 가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조 씨의 가족은 조 씨가 누군가를 위해 생명을 나누고 갈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조 씨가 어딘가에서 살아있을 것이라는 마음 때문에 위로가 된다고 했다.
조 씨의 가족은 “석원이를 세상에 남겨 놓고 싶었다”며 “(기증받는) 분들이 잘 사시게 되면 그것만큼 값진 게 없으니까 (기증해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조석원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 씨는 전라북도 군산에서 1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통해 본인의 생활을 책임지며 미래를 준비하는 성실한 청년이었다. 프로게이머를 준비했지만 해당 e스포츠의 시장이 사라져 꿈을 접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 원광대병원에서 근무하게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의료진, 6명의 생명 살린 동료 위해 ‘울림길’ 진행
조 씨의 마지막 길은 동료 의료진 등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원광대병원 동료들은 함께 근무했던 조 씨의 숭고한 생명나눔에 감사함을 전하고자 ‘울림길’을 진행했다. 울림길은 장기기증자의 마지막 길에 의료진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추모하는 의식이다. 해외에서는 아너 워크(Honor Walk)라고 불린다.
장기기증 담당 코디네이터도 조 씨의 곁을 지켰다. 조 씨의 가족은 “코디네이터 분께서 너무 많이 도와주시고 감정적으로도 많이 위로를 해주셨다. 울림길을 할 때도, 수술실에 들어가는 길도 같이 배웅해 주셨다”며 “‘(조 씨가) 기증해 주셔서 몇 명의 생명을 살린지 모른다’고, ‘감사하다’고 해주시고 안치 등을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조 씨의 가족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마음의 준비를 하기가 어려웠는데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많이 배려를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조석원 씨와 가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빈 씨는 “석원아. 더 재밌고 즐겁게 지내다 갔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일찍 철이 들어 고생만 하고 간 거 같아 너무 안타까워.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일 하고 갔으니 하늘나라에서 멋있던 그 웃음 지으며 행복하게 잘 지내. 너무 사랑하고 보고 싶어”라고 말했다.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조석원 씨와 가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원광대병원 방사선과에서 같이 근무한 박광호 씨는 “웃음이 많고 늘 주변을 먼저 생각하던 정이 많던 석원아! 우리는 네가 이곳에 없는 게 아니라 긴 여행을 떠난 거로 생각할게. 언젠가 우리가 보고 싶으면 다시 돌아와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 나누며 다시 웃자. 지금 있는 곳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해.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 석원아”라고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기증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조석원 님과 가족분들은 다른 이의 생명을 살리고, 희망의 씨앗을 꽃 피운 영웅”이라며 “생명나눔은 사랑이자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기증원은 한 분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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