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연 5%였던 민법상 법정이율에 변동이율제를 적용해 물가와 금리 등 경제상황을 반영하기로 했다. ‘가스라이팅’ 관계에서 한 의사 표시는 취소할 수 있는 조항도 민법에 신설한다.
법무부는 7일 이같은 내용을 반영한 계약법 규정 관련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민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부당 간섭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 △변동형 법정이율제 도입 △사정 변경을 이유로 계약 수정·해제 △원상회복 청구와 정기금 배상 범위 확대 △담보책임 체계 개선 △대리권 남용, 대상청구권 규정 신설 등이다. 계약법 관련 약 200여개 조문을 다듬었다.
법정이율에 물가·금리 반영…부당간섭 의사표시 취소 가능
우선 그동안 연 5%로 고정했던 법정이율엔 변동이율제를 적용한다.
그동안 경제 사정 변화에도 법정이율이 고정돼 있어 채권관계자들의 이익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 민법에선 기준금리, 물가상승률, 경제사정을 고려해 법정이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가스라이팅’ 개념도 도입했다. 가스라이팅 관계나 종교 지도자와 신도, 간병인과 환자 등 심리적으로 취약하고 상대방에게 강하게 의존하는 상태에서 ‘부당한 간섭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기존의 ‘착오 취소’나 ‘사기·강박에 의한 취소’ 규정으로 이를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법무부는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 채택한 ‘부당위압(Undue influence)’ 법리를 도입했다.
중대한 사정변경 땐 계약 수정, 채무불이행 규정도 명확해져
계약 성립 후 중대한 사정 변경이 생겼을 땐 계약 수정도 가능해진다. 수정이 불가능할 땐 계약을 해제·해제할 수도 있다.
판례를 반영해 ‘대리권 남용’과 ‘대상청구권’에 대한 명문 규정도 신설했다. 상대방이 대리권 남용을 알게된 경우엔 효력이 상실되고, 채권자는 채무 불이행 상태 채무자의 권리나 이익을 넘겨받을 수 있다.
담보책임 체계는 보다 쉽게 개선했다. 하자 유형은 기존 8가지에서 권리나 물건의 하자 2가지로 단순화했다. 하자가 있는 경우엔 대금감액 청구권과 추완이행 청구권 등 구제수단도 확대했다.
채무불이행 규정은 보다 자세하게 수정했다. 현행 민법엔 이행불능과 이행지체만 규정하고 불완전이행은 명시적 규정이 없다. 개정안은 ‘이행할 수 없게 된 때’를 ‘이행이 이뤄지지 않은 때’로 수정했다. 원상회복과 정기금 배상 적용 범위도 확대했다.
법무부는 민법의 어려운 한자어나 어색한 표현,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입법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 절차를 밟은 뒤 올해 상반기 중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국민 생활과 경제 활동의 기본법인 민법은 1958년 제정 이후 67년 동안 전면 개정 없이 유지됐다.
법무부는 “계약법 개정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민법 전반에 대한 개정 작업을 진행해 국민이 쉽고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민법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