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서 한마디’로 돌아온 교사…‘까다로운 복직’ 목소리 커져

  • 뉴시스(신문)
  • 입력 2025년 2월 13일 10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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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시 의사 진단서 있으면 막기 어려워
가해 교사 진단서 ‘정상 근무 가능’ 적혀
전문가, 복직 검증 절차 촘촘한 설계 지적
“종합심리검사 및 교육청 지정 병원 진단”
“의무진찰제도 등 사회적 논의 시작해야”
“진단서 아닌 업무역량 평가로 복직 판단”

초등학생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에 12일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고 김하늘 양을 추모하고 있다. 2025.02.12. [대전=뉴시스]
초등학생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에 12일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고 김하늘 양을 추모하고 있다. 2025.02.12. [대전=뉴시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 김하늘(7)양을 살해한 여교사가 학교로 복귀할 수 있는 근거가 된 건 ‘진단서’ 한 장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정신 건강 문제를 호소한 이들의 복직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하늘양을 살해한 교사는 과거에도 우울증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병가를 냈다. 이어 지난해 12월 9일 6개월 간 질병 휴직에 들어갔지만 21일 만인 작년 12월 30일 돌연 복직했다. 개학 날인 지난 4일에는 업무 포털에 빠르게 접속이 안 된다는 이유로 학교 컴퓨터를 부수고 다음 날인 5일에는 동료 교사를 폭행하는 등 문제를 일으켰다.

교육공무원법을 보면 신체·정신상의 장애로 최대 2년의 범위 안에서 휴직할 수 있으며 복직할 때는 ‘정상 근무에 이상이 없다’는 의료기관의 진단서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사가 복직을 원하고 의사의 진단서만 있으면 현실적으로 복직을 막기 쉽지 않은 셈이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휴·복직 관련 업무 규정상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는 의사 진단서를 발급 받아 복직을 신청하면 30일 이내에 복직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가해 교사 역시 병원 진단서를 학교에 제출하고 복직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인한 결과 가해 교사가 복직 시 제출한 진단서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져 정상 근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적혀 있었다. 휴직 당시 ‘심한 우울감, 무기력에 시달리고 있어 최소 6개월 정도 안정을 요한다’는 진단을 내린 지 불과 20여일 만이다.

전문가들은 복직 기준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들의 복직 검증 절차를 더욱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단국대 심리학과의 임명호(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교수는 “학교 교육공무원의 복직에 쓰는 진단서의 경우 2명 이상의 복수 검증을 해야 한다”며 “군대처럼 2주 이상 입원해 정신 병력을 관찰하는 것과 같은 까다롭고 꼼꼼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실제 정신질환, 군 복무 부적응 등의 사유로 지휘관이 군 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병사들은 병역관리심사대로 보낸다. 병역관리심사대는 약 2주 간 병사들을 관찰 후 원대 복귀, 보충역 등을 판단하게 되는 방식이다.

임 교수는 “우울증 외의 공격성 등 다른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3~4시간 소요되는 종합심리검사를 진행하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며 “교육청에서 신뢰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지정하거나 직접 의사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검증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료 당시 증상이 완화됐지만, 이후 다시 나빠질 수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증상 호전’ 진단서를 받은 후 약을 끊어 재발할 수 있는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검진 이후 나빠질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조기에 징후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제도가 우리나라에는 부족하다”면서 “교육청이 우울증, 불안장애 등으로 휴직했다가 복직할 때 정신 건강 전문가 평가를 지원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했을 때 진찰을 받게 만드는 의무진찰제도 도입을 위한 시스템 마련도 고려할 수 있다”면서 “인권을 보장하면서도 사회 안전을 위해 위험한 상황에서는 (의무진찰제도가) 적극 시행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국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단서뿐 아니라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이 유지되는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신 병력이 있는 교사들의 복직을 막을 게 아니라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등 업무 역량을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선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진단서만 가지고 휴직과 복직을 판단할 게 아니라 업무 역량 평가를 해서 복직이나 추가 휴직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또한 제도 개선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교육부는 교원이 정신질환 등으로 정상적인 교직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직권휴직 등을 할 수 있도록 있는 ‘하늘이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복직 시 정상 근무의 가능성 확인을 필수화하는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고 교원이 폭력성 등으로 특이증상을 보였을 때 긴급하게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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