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하 할머니가 경기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의 한 골목에서 폐지를 손수레에 싣고 환하게 웃고 있다. 부천시 제공
경기 부천시에서 20년 넘게 손수레를 끌고 동네를 돌며 모은 폐품을 팔아 생활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노인이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24일 시에 따르면 성은하 할머니(84·사진)는 2004년 1월부터 현재까지 소사구 심곡본동에서 손수레를 끌며 폐지 등을 주워 모은 돈으로 쌀을 구입해 기초생활수급자와 혼자 사는 노인, 청소년 가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성 할머니는 골목에 버려진 폐품을 보고 이를 모으면 자원을 재활용하고 이웃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봉사를 시작했다.
2004년부터 2년 동안 폐지 등을 모아 마련한 50여만 원과 인구 조사요원으로 일하며 받은 수당을 더해 처음으로 옛 동사무소(행정복지센터)에 쌀을 기부했다. 2007년부터는 매년 설 명절이 다가오면 쌀 10kg을 100포대 이상 구매해 동사무소에 쌓아두고 어려운 이웃과 나눴다. 2010년부터 새마을금고가 진행하는 ‘사랑의 좀도리 운동’에 동참해 매년 쌀 100포대 안팎을 이웃들에게 전달했다.
성 할머니의 선행을 아는 동네 주민들은 이사 과정에서 생기는 물건을 모아 대문 앞에 쌓아둬 폐품을 모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속옷을 만드는 한 회사는 공장에서 발생하는 종이상자를 가져갈 수 있도록 창고 문을 열어준다.
성 할머니는 매년 부처님오신날에 대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고교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 2명에게 100만 원씩 지원했다. 하지만 폐품이 점점 줄고, 체력도 과거에 비해 떨어지면서 폐품 수집이 힘들어지고 있다. 이럴 때는 자녀들이 준 용돈을 보태 장학금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는 “고마워하는 이웃들의 표정을 보면 제가 더 많은 행복과 감동을 받는다”며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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