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경북 의성군청소년문화의집 공연장에서 연극 ‘쉬어매드니스’가 펼쳐지고 있다. 이 연극은 3년 연속 인터파크 티켓 전체 연극 부문 랭킹 1위에 오른 대학로 대표 연극으로 의성 공연 당시 전국 각지에서 관람객이 몰리기도 했다. 의성군 제공
적극적인 귀농·귀촌인 유치책으로 지방소멸 해법을 제시한 경북 의성군이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준급 공연을 유치해 주민들에게는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타지 관람객 유입을 통한 생활인구를 대폭 늘린다는 구상이다.
생활인구는 기존 주민등록인구와 더불어 통학이나 관광, 휴양, 공연 관람 등을 목적으로 특정 지역을 방문해 체류하는 인구를 말한다. 의성군은 생활인구의 파급력에 주목했다. 정주인구가 줄더라도 생활인구의 관광 소비가 늘면 지역이 활성화된다고 본 것이다.
실제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인구감소 지역의 여가 소비 현황과 과제’ 보고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인구감소 지역 전체 소비의 40.6%를 관광 등 지역 방문자들인 생활인구가 차지했다. 여행과 문화, 스포츠 등 여가 소비의 경우도 거주인구(47.5%)보다 생활인구(52.5%)가 더 높았다. 의성군이 수준급 문화예술 공연 유치를 지역경제 활성화의 돌파구로 본 이유다.
의성군은 2021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침체한 지역 분위기를 되살리기 위해 각종 문화예술 공연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단독 공연을 유치하며 주목받았다. 예매 시작 5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전국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며 공연 당일에는 각지에서 온 관람객들로 의성군이 들썩일 정도였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세계 정상급 발레리나 김주원이 데뷔 25주년 기념공연 ‘레베랑스’를 열며 열기를 이어갔다.
이후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도 잇따라 유치했다. YB밴드를 비롯해 이승환과 2AM 등 인기 가수의 단독 콘서트가 연말 기획공연으로 이뤄지며 각지의 관람객들을 의성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의성군은 올해도 생활인구 유입 효과가 높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유치한 상태다. 20, 21일 의성문화회관에서는 인기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가 무대 위에 올랐다. 이 뮤지컬의 주인공은 탄탄한 팬덤을 지닌 아이돌그룹 B1A4의 산들이 맡았는데 그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온 팬들이 의성군을 달구기도 했다. 다음 달에는 영화 음악 공연인 ‘시네마 파라디소-비긴 어게인’이 펼쳐지고 더보헤미안스의 콘서트와 마술사 유호진의 ‘더 이미진이션’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의성군은 생활인구 유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의성에서 하루 더 머무는 체류형 상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타 지역 관광객들이 지역 내 농촌체험휴양마을을 이용할 경우 숙박과 체험, 식비 등 30%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 밖에 각종 공연과 지역 문화관광 자원을 연계한 패키지 프로그램 발굴에도 나선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앞으로 문화예술 공연뿐 아니라 컬링과 드론 등을 연계한 체험형 스포츠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생활인구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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