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제주도 다 덮는다” 공포의 칡덩굴 습격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5일 1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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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40㎝ 이상 자라며 무차별 확산
나무에 엉켜 성장 방해 넘어 고사까지
최근 3년간 여의도 3배 제거해도 퍼져
약제 사용에 뿌리 가져오면 돈 주기로

지난해 여름 칡덩굴이 뒤덮인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홍천. 제주도 제공
지난해 여름 칡덩굴이 뒤덮인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홍천. 제주도 제공

작년 여름 칡덩굴 제거 작업이 끝난 신홍천이  원래 모습을 찾았다. 최근 3년간 제주도가 제거한 칡덩굴 면적은 여의도 3배 이상인 994㏊에 이른다. 제주도 제공
작년 여름 칡덩굴 제거 작업이 끝난 신홍천이 원래 모습을 찾았다. 최근 3년간 제주도가 제거한 칡덩굴 면적은 여의도 3배 이상인 994㏊에 이른다. 제주도 제공
제주에서 칡덩굴이 무서운 속도로 번식하며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칡뿌리를 캐오면 돈을 주는 ‘수매’까지 등장했다.

25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 칡덩굴 제거 면적은 2022년 255㏊, 2023년 372㏊, 2024년 267㏊ 등 최근 3년간 994㏊에 이른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3배 이상이 칡덩굴에 뒤덮여 있던 것이다.

여름철 하루에만 줄기가 30~40㎝씩 자랄 만큼 생장력이 강한 칡덩굴은 현재 제주 산림부터 도로, 주택가까지 무차별 확산하고 있다. 심지어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성산일출봉 분화구에도 칡덩굴이 빠르게 확산해 식생이 파괴된 상태다. 칡덩굴은 높은 곳으로 타고 올라가는 습성 탓에 큰 나무라도 한 번 엉키면 성장을 멈추고, 장기간 방치되면 고사까지 이른다. 과거 미국에서는 비탈진 언덕에 사방(沙防)용으로 칡을 심었지만, 숲 파괴, 화재 등 부작용으로 2000년대부터 유해 수종으로 지정해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칡덩굴의 확산은 온난화 등 기후 변화가 주된 영향으로 꼽힌다. 과거보다 기온이 올라간 데다 해가 떠 있는 시간도 길어지면서 빛을 좋아하는 덩굴류가 기세를 떨치기 좋은 환경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택지 조성, 도로 건설, 재선충병 감염 고사목 제거 등으로 덩굴류의 생장을 막을 수 있는 숲도 많이 사라졌다.

비상이 걸린 제주도는 올해 칡덩굴 제거를 위한 ‘총력 계획’ 수립해 추진하기로 했다. 예산 32억9600만 원을 투입해 인력과 장비는 물론 친환경 약제를 이용한 방제에도 나선다. 6~9월에 국한됐던 제거 작업도 칡덩굴 휴면기인 1월부터 연중 실시하는 것으로 확대했다.

또 제주도는 산림조합과 연계해 칡뿌리 수매 사업(㎏당 2000원 안팎)을 벌이는 한편 제주연구원에서는 정책과제로 ‘칡덩굴 확산에 따른 지속 가능한 관리 방안 연구’를 수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제주도는 ‘숲 가꾸기 패트롤’ 등 산림 일자리 사업과 공공근로 사업을 통해 필요 인력을 확보하고,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대상 마을의 환경 정비 참여와 도민참여단 운영으로 칡덩굴 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인식 개선도 추진한다.

이 밖에도 담당 부서를 명확히 하기 위해 △가로변 녹지, 공원, 조림지는 공원녹지부서 △자연유산은 세계유산본부 △하천변은 하천관리부서 △도로변은 도로관리부서 △마을안길 및 농로는 읍면동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관리 체계를 개편했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제주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칡덩굴 문제 해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며 “체계적인 제거 작업과 함께 도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 제주의 아름다운 숲을 되살리는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제주 도로변에 확산한 칡덩굴을 제거하는 모습. 최근 3년간 제주도가 제거한 칡덩굴 면적은 여의도 3배 이상인 994㏊에 이른다. 제주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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