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시위 몰리는 법원 “철제셔터 3억-출입통제 장치 2억” 예산 요청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서부지법 사태 재연 우려 경비강화
법조계 “사법부 공격 가중처벌해야”

난입 불안감에… 법원, 펜스 치고 강화유리 설치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 이후 법원이 안전 및 법원 방호 강화 관련 예산을 6억5000만 원 이상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펜스, 출입구 안전장치, 강화필름 등 안전 시설물 설치 예산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다가오면서 사법부를 향한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법부를 공격하는 범죄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일 대법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부지법 난입(올해 1월 19일) 이후 지난달 6일까지 법원이 법원행정처에 요청한 추가 안전 예산은 총 6억5324만 원이다. 대법원, 서울고등법원, 창원지법 등은 강화유리필름, 접이식 펜스, 민원인 검색대 강화 등에 쓸 예산을 요청했다. 법원행정처는 법원이 위협받는 상황을 대비해 타 법원의 보안관리 인원을 차출해 지원하는 ‘긴급상황대응반’ 신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사법부 대상 범죄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법원 같은 국가기관, 헌법기관의 건조물에 침입하고 폭동을 일으키면 정해진 형의 2배까지 가중해서 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시위 몰리는 법원 “철제셔터 3억-출입통제 장치 2억” 예산 요청
서부지법 난입 사태이후 불안감… 유리창 강화필름 등 보강 나서
보안인력 긴급대응반도 추진… 법원들, 안전 예산 요청 잇달아
“검문 강화하고 난입땐 강력 처벌”

3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 검은 패딩 차림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집회 참가자 3명이 ‘윤석열 대통령님 석방’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었다. 이 법원에서는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12·3 불법 비상계엄 연루자들의 내란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법원 안팎의 긴장 속에 경찰 기동대원들이 정문에서 시위대를 주시하고 있었다. 1월 19일 벌어진 서울서부지법 난입 이후 경찰은 기동대 1개 경력을 서울중앙지법에도 24시간 배치하고 있다. 현장 기동대원은 “서부지법 난입 이후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더욱 삼엄하게 경비를 서는 중”이라고 말했다.

● 법원들, 강화유리-철제셔터-펜스 비용 요청

서부지법 난입 이후 전국 각급 법원들이 안전 확보 예산을 청구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다가오면서 법원 안팎으로 긴장과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법원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난입 사건 당일인 1월 19일부터 지난달 6일까지 2주간 각급 법원이 법원행정처에 요청한 시설 강화 예산은 총 6억5324만 원으로 파악됐다.

가장 많은 예산을 요청한 건 서울고등법원이었다. 서울고법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회생법원 청사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고법이 받은 예산은 중앙지법과 회생법원에도 투입된다. 특히 중앙지법은 윤 대통령 관련 재판들이 열리고 있어 안전 강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서울고법은 이를 위해 철제 셔터 설치에 3억 원, 출입통제 시스템 설치에 2억 원, 건물 유리창 강화필름 시공에 1억 원을 요청했다. 청주지방법원은 청사 1층 강화유리필름 시공에 3200만 원, 창원지방법원은 본관 1층 사법지원상담실 민원대 유리 교체 및 강화유리 시공에 600만 원을 요청했다. 대법원은 접이식 펜스 도입에 1500만 원을 요청했다.

이들 법원이 신청한 철제 셔터, 강화유리필름, 출입통제 시스템, 펜스 등은 모두 유사시 외부인의 난동이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한 시설물들이다. 실제 서부지법 난입 당시 시위대는 법원 유리창을 깨고 내부에 들어왔다. 일부 법원은 서부지법 난입 사태 이전에 이미 청사 강화를 추진해 왔다. 대전고등법원은 검색대 등 장비 교체를 위해 5억1320만6000원가량의 예산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고법 관계자는 “시설 노후 등 이유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보안인력 투입 ‘긴급상황대응반’ 추진

법원행정처는 법원이 시위대의 위협을 받는 상황을 대비한 ‘긴급상황대응반’ 신설 및 운용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긴급상황대응반은 난입 등 안전 위협이 높은 법원에 인근 다른 법원의 보안관리대 인원을 투입하는 제도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김태업 서부지법원장과의 면담에서도 이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 역시 재판관 개개인에 대한 위협이 커지자 경찰에 대응을 요청해 둔 상태다. 현재 경찰은 헌재 재판관 전원에 대해 출퇴근 전담 경호, 자택 귀가 뒤 112 순찰 강화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탄핵심판 선고가 이달 예상되는 가운데, 선고 당일 경찰은 비상근무 단계 중 최상위 단계인 ‘갑호 비상’을 발령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청사 시설 보안 강화에서 더 나아가 사법부 등 국가 주요 기관에 대한 폭력 행위는 강력하게 처벌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사법부 등에 대한 난입과 훼손 등은 공용 건조물 침입 등 일반 건물과 같이 취급된다”며 “사회 안정 기능을 맡는 법원 등 기관에 대해서는 검문검색과 경비를 강화해야 하며, 무엇보다 합당한 처벌을 통해 이 같은 폭력 행위가 중대한 잘못임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법원#펜스#강화유리 설치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