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자 대신 전자결재 몰래 처리
시장 직인 훔쳐 ‘시청 계좌’ 무단 개설
2018~작년 45회 걸쳐 자금 횡령
감사원, 작년 수사요청… 1심 5년刑
충북 청주시의 6급 공무원이 6년 동안 시의 기부금을 비롯해 4억9000여만 원을 빼돌려 가상화폐 등에 투자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이 공무원이 시청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돈을 빼돌리는 동안 상급자를 비롯한 공무원 5명은 이를 파악하지 못하는 등 관리 감독상의 문제도 드러났다.
11일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주시 공무원 A 씨는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총 45회에 걸쳐 시의 기부금과 사업비, 지방보조금 등 총 4억9716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A 씨의 범행은 2018년 청주시장이 총무였던 지방자치단체협의회의 자금 관리를 맡으면서 시작됐다. 그는 협의회 계좌에서 300만 원을 자기 계좌로 이체한 것을 시작으로 9개월간 매달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가로챘다.
이후로도 그는 우호도시 교류 사업 사업비가 자신의 계좌에 지급되도록 하는 품의서를 올린 뒤 상급자가 해야 할 전자결재를 몰래 대신 처리했다. 2023년 10월엔 청주시장 직인을 몰래 찍은 뒤 은행에서 ‘청주시청’ 계좌를 무단으로 개설했고, 이 계좌를 이용해 수해 복구 기부금 등 각종 기부금이나 보조금을 빼돌리는 통로로 삼았다. A 씨는 이 돈을 가상화폐 투자나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고 감사원에 진술했다.
감사원은 A 씨의 직속 상급자를 비롯한 청주시 공무원 최소 5명이 제대로 관리 감독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장기간 횡령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직인 관리자는 시장 직인을 사무실 책상 옆에 방치했고 상급자들은 A 씨가 부풀린 사업비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결재했다. 또 상급자들이 업무용 PC 비밀번호를 직원들과 공유하는 등 부실하게 관리해 A 씨가 상급자의 업무용 PC를 이용해 몰래 사업비 지급명령을 결재할 수 있었다. 또 A 씨가 회계과의 점검 계획이 알려진 뒤 횡령에 이용했던 청주시청 계좌를 해지하겠다고 했는데 담당자들은 계좌 입출금 내역을 확인도 하지 않고 계좌 해지를 승인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A 씨의 횡령 등 혐의에 대해 지난해 7월 검찰 수사를 요청했고 A 씨는 지난해 12월 1심 판결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또 청주시에는 A 씨 파면을, 동료 공무원 5명에 대해서는 징계나 주의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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