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시비 붙자 폭행해 숨졌는데… 폭행치사 무죄,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2일 0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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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운전 중 시비 끝에 상대차량 운전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 남성이 폭행치사 혐의로 넘겨진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가해자가 사망이라는 결과를 예견하기 어려웠다는 이유에서다.

12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20일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 씨(60)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대법원은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지난 2023년 7월 한 도로에서 트럭을 몰고 가던 중 승용차 앞으로 끼어드는 과정에서 피해자 B 씨와 시비가 붙자, 얼굴을 수회 때리고 넘어트려 가슴을 누르는 등 폭행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폭행을 당한 뒤 도로를 걸어가던 B 씨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B 씨는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결국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재판에선 폭행치사 혐의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폭행치사는 살해할 의도는 없었지만 폭행으로 사람을 숨지게 했을 경우 죄가 성립한다. 폭행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폭행으로 인해 상대방이 숨질 수 있다는 예견이 가능해야 한다.

A 씨는 폭행 당시 피해자가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폭행치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폭행 혐의만 인정했다. A 씨가 피해자에게 가한 물리적 외력만으로는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없었고, 또 심근경색으로 사망할 것이라 통상적으로 예견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 부검 결과 B 씨에게 심장병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에 대해 죽상경화성 심장병이 있던 상태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진행됐다는 소견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사건 당일 처음 만나 피해자가 심장질환을 갖고 있단 사실을 알 수 없었다”며 “피고인이 가한 폭행의 정도를 경미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으나, 통상적으로 사망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중한 것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범행의 경위, 폭행의 방법과 정도, 발생한 결과 등에 비춰 그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2심도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검찰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폭행치사죄의 사망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무죄#폭행치사#폭행#운전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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