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멀쩡한 학교 개축 3000억 낭비”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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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文정부 그린스마트 사업때
3조여원 들여 230개 학교 리모델링
전교생 50명 통폐합 학교 등도 포함
국가 시책이라며 심의도 안 거쳐”

경기도교육청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추진하면서 멀쩡한 학교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거나 폐교가 예상되는 학교 건물을 새로 짓는 등 무분별한 공사를 벌여 수천억 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13일 공개한 정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총 3조1864억 원을 들여 경기도 관내 230곳 학교의 건물 382개동을 리모델링하거나 개축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 과제’ 중 하나로 전국 노후 학교를 첨단학교로 바꾸는 ‘그린스마트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은 이미 리모델링 등 시설 개선 공사를 한 지 5년이 채 안 된 멀쩡한 학교 건물들을 헐어버린 뒤 새로 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교육청이 개축 결정한 건물 87개동은 건물 안전등급이 B등급이나 C등급으로 교육부 기준에 따르면 B등급은 개축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경기도교육청은 “국가 시책”이라는 이유로 법령상 거쳐야 하는 심의까지 생략했다.

전교생이 50명 안팎이라 다른 학교에 통폐합될 가능성이 있는 학교 10곳도 개축이나 리모델링 대상으로 선정됐다. 전교생이 69명 수준이었던 경기 화성시의 화수초는 2021년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고, 건물이 철거된 뒤 다시 지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63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런데 이 학교는 3년 뒤인 지난해 전교생이 30명으로 줄었고, 이 중 통학버스 이용자가 21명(70%)에 달해 향후 폐교 가능성이 높다. 전교생이 26명이었던 화성시의 청룡초도 2021년 7월 리모델링 대상으로 선정됐다.

감사원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이같이 낭비된 예산이 최소 3012억 원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감사원은 또 경기도교육청이 시 재정이 충분한데도 임대형 민간투자(BTL)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 향후 20여년 동안 임대료로 777억 원에서 1374억 원을 더 내야 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경기도교육청에 앞으로 건물 안전등급과 노후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반드시 필요한 건물에 한해 개축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개축을 진행하라고 했고, 교육부에도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전반의 실태를 파악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경기도교육청#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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