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을 헤매던 노인을 가족 품으로 무사히 인계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라광수 차장. 서울교통공사 제공
한밤중 지하철역을 헤매던 90대 치매 노인이 근무 중이던 역 직원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14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밤 23시 23분경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근무하는 라광수 차장은 폐쇄회로(CC)TV로 감시 업무를 하던 중 내복 차림의 노인이 8번 출구 계단을 걸어서 내려오는 것을 발견했다.
라 차장은 관찰 끝에 보호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노인을 직접 만났지만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는 다른 직원에게 112에 신고를 요청한 뒤 대합실에서 노인 곁을 지키면서 차분히 설득해 역사 내 고객안전실로 데려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노인의 ‘치매노인 인식표’를 발견했고 보호자에게 바로 연락을 취했다. 이후 노인은 무사히 가족과 만났다.
라 차장은 “쌀쌀한 밤에 홀로 배회하는 노인을 처음 발견했을 때 7~8년간 치매로 고생하신 어머니가 생각나 두유라도 하나 더 챙겨드리고 싶었다”며 “직원으로서 마땅히 할 일을 한 것이고 늦지 않게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다행”이라고 말했다.
노인이 돌아간 뒤라 차장이 보낸 문자에 보호자는 “푹 주무셨고 주간보호센터에도 잘 다니신다”는 답장을 했다.
마해근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은 “늦은 밤에도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 시민의 안전을 지킨 직원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직원에게 감사하다”며 “역사 내 실종자 발생 시 보호자의 품으로 하루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매뉴얼을 바탕으로 전 직원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