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 군사 벙커, 문화예술 공간 재탄생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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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까지 조형 예술 특별전
‘당산 생각의 벙커, 색에 물들다’
국내외 설치 작가들 작품 선보여
50년간 군사 시설로 사용되다… 작년 문화공간으로 시민 개방

충북 청주시 충북도청 인근 옛 충무시설에서 문화시설로 변신한 ‘당산 생각의 벙커’. 6월 3일까지 색을 통해 독특한 조형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충북도 제공
충북 청주시 충북도청 인근 옛 충무시설에서 문화시설로 변신한 ‘당산 생각의 벙커’. 6월 3일까지 색을 통해 독특한 조형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충북도 제공
50여 년간 군사 시설로 묶여 있다가 일반인의 품에 돌아온 동굴 벙커에서 80일 동안 문화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충북 청주시 충북도청 인근에서 최근 열리고 있는 ‘당산 생각의 벙커, 색에 물들다’ 기획전에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개막한 이 행사는 색을 통해 독특한 조형 세계를 보여주는 국내외 설치 작가들이 회색빛 동굴을 생기발랄한 색깔로 탈바꿈시켜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작가들은 벙커 내부를 △‘오늘 기분은 노란색이에요!’를 주제로 한 노랑의 방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게 되는 파랑의 방 △호기심을 부르는, 신비로운 느낌의 마법에 걸린 빨강의 방 등으로 꾸미고 8개 방과 통로에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8호실에서는 도로시엠 윤 작가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와 자연의 상징들을 엮어 과거의 미래, 현실과 가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독특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11호실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현대미술의 거장인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형상화한 체험 공간으로 꾸며졌다. 2호실은 김윤수 작가가 울트라마린 푸른색을 매개체로 다양한 조형 세계를 보여주고, 9호실은 쑨지 작가가 어둠 속 빛나는 안료를 사용한 초현실적 공간을 연출했다.

또 △파란색 날개 설치 작품(조은필 작가) △플라스틱 망과 공을 이용해 직조한 설치 작품(최성임 작가) △붉은 방(노경민 작가) △붉은 자서전 설치 작품(이규식 작가) 등이 관람객들에게 이색적인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전시와 함께 29일에는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공연이 열린다. 내달에도 충북도립교향악단의 공연과 다양한 예술인 및 지역 동아리들의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당산벙커는 1973년 충북도청사 인근 당산의 암반을 깎아 만들었다. 길이 200m, 전체 면적 2156m2 규모로 총 14개의 방으로 구성됐다. 전시에는 지휘통제소로, 평시에는 충무시설로 사용됐다.

충북도는 지난해 10월 이곳을 도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한 공간으로 개방하고 ‘오래된 미로(迷路)’를 주제로 한 실험적 공간으로 연출했다. 이후 ‘동굴 속 화이트 크리스마스’ ‘빵·커 축제’ ‘설 연휴 행사’ 등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도는 청주 원도심 활성화와 문화공간 개발을 위해 서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를 지난해 5월 총괄기획가로 위촉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당산 생각의 벙커는 공간 자체가 예술 작품이 되면서 4만여 명이 방문했고 지역예술가들도 다양한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단순한 문화공간 조성을 넘어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원도심을 비롯한 충북도 전체를 정원화하는 핵심 거점으로 발전시켜 대한민국 혁신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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