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죄 판결문 보니…“행위에 관한 발언 아니어서 처벌 못해” 명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27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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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5.3.26/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상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26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4용지 약 70쪽의 판결문에서 검찰이 지목한 이 대표의 발언들이 ‘행위’에 관한 게 아니기 때문에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는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한 이 대표 발언을 세세하게 쪼게 각각으로 판단하면서 “행위에 관한 발언이 아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의 허위사실공표죄는 ‘후보자의 행위 등에 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할 경우’ 등에 해당할 때 처벌토록 하고 있는 만큼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먼저 1심이 유죄로 인정한 고 김 전 처장 관련 발언 중 “제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친 것처럼 (국민의힘이) 사진을 공개했는데 조작한 것”에 대해 “‘김문기와 골프 치지 않았다’는 취지로 거짓말한 것이라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근거로는 패널의 질문 중 ‘골프’라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은 점을 들었다. 골프 동반 의혹에 관한 질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답 또한 ‘김문기와 골프 치지 않았다’는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발언의 핵심 의미를 ‘시장 재직 때 김문기를 몰랐다’로 판단했고, 이는 ‘행위’가 아닌 ‘인식’에 관한 발언이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2021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이 대표가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수 없이 (용도 변경에) 응한 것”이라고 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관련 발언도 같은 이유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문언 자체를 놓고 보면 ‘직무 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 행위’를 한 주체는 국토부 공무원이지 피고인이 아니다”라며 “위 발언이 ‘피고인’의 행위에 관한 발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특히 이 대표의 국감 발언은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라 ‘정치적 의견 표명’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2020년 이 대표의 친형 강제 입원 의혹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가 근거였다.

법조계에서는 1·2심 판단이 엇갈린 만큼 대법원의 판단도 주목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사실관계는 판단하지 않고, 법리 해석에 잘못이 있는지 여부만 판단하는 법률심이다. 법조계 관자는 “1심과 달리 2심은 허위사실 공표죄의 구성요건인 ‘행위’ 등의 범위를 엄격히 적용했다”며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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