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공주 드레스’ 입고 삶의 무게 내려놓는 MZ들
공주-요정-프라모델… ‘키덜트’ 취미가 실물 소비로
2030세대, 캐릭터 상품 구매 물결
애착 가지며 정서적 즐거움 얻어
“어릴 적 갖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안 사셨던 장난감, 이젠 제 월급으로 삽니다.”
직장인 이동하 씨(27)는 로봇 프라모델을 모은다. 2007년 초등학생 시절 애니메이션에서 본 ‘트랜스포머 1’ 속 캐릭터를 지난해 영화관에서 재회한 뒤 다시 푹 빠졌다. 이 씨는 “그때는 부모님께 졸라 겨우 하나씩 샀다”며 “이젠 열심히 일해서 번 월급으로 ‘내돈내산’ 한다”고 뿌듯하게 웃었다.
이렇듯 2030세대의 ‘노스탤지어(nostalgia·향수)’는 공주 콘셉트 촬영과 같은 ‘경험’에서 그치지 않고 ‘실물 소비’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2030세대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난감이나 굿즈 등을 소비하며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20, 30대 젊은층 사이에서 불고 있는 ‘캐치! 티니핑’ 열풍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4∼6세 아동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 아동용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에 ‘어른이(어른+어린이)’들도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캐치! 티니핑에는 똑똑핑, 화나핑, 하츄핑, 포실핑 등 다양한 모습과 능력을 가진 요정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그 종류만 100가지가 넘는다. 어린아이들 중에서는 티니핑 인형이나 완구를 모으길 좋아하는 경우도 많아 부모들 사이에서는 ‘파산핑’으로도 불렸다. 너무 많은 완구를 사주다 보니 지갑이 가벼워졌다는 뜻이다.
지난해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을 이 티니핑 캐릭터에 빗대어 ‘OO핑’이라고 지칭하는 현상이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절약하는 소비 습관을 자랑하는 이는 스스로를 ‘절약핑’으로, 반대로 사고 싶은 명품을 사거나 한 경우에는 ‘탕진핑’ 등으로 부르는 식이다. 젊은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야근핑’ ‘출장핑’ ‘피곤핑’ 등도 있다.
덩달아 캐릭터 상품(굿즈) 인기도 높아졌다. 지난해 8월에는 한 커피 프랜차이즈가 2030세대 고객을 겨냥해 캐치! 티니핑의 피규어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출시 후 첫 주말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 동경했던 귀여운 이미지가 소비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형숙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현 2030의 경우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귀여운 상품들을 구매하고 이에 애정을 투여해 정서적 즐거움을 얻고자 한다”며 “사물에 애착을 투영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해지기에 이러한 소비 트렌드 역시 오래 지속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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