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꿈은 디지털 교육자입니다.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고교학점제 덕분에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디지털 역량을 키우고 있어요.”
27일 서울 관악구 당곡고등학교에서 만난 심지민 양(17)은 “고교학점제를 통해 문과, 이과 등 내 진로에 맞게 다양한 수업을 설계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곡고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지정돼 고교학점제를 선도적으로 시행해왔다. 2020년부터는 공유캠퍼스로 지정돼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을 진행 및 운영 중이다.
고교학점제는 교육부가 2017년에 추진 로드맵을 발표하고, 2018년부터 연구학교 지정 등을 통해 7년간 준비 과정을 거친 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하는 학점 기반 선택 중심 교육과정이다. 고등학교 1학년 시기에는 학생의 진로 및 학업 설계 지도 과정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지며, 올해 5~10월에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자신이 고등학교 2,3학년에 이수할 과목 선택 및 수강신청을 해야 한다.
당곡고는 고교학점제형 공간 조성을 위해 유휴 교실을 학생 중심의 공간으로 재구조화했다.
공유캠퍼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인 ‘설렘ON실’,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드는 수업 등 AI교육에 특화된 ‘AI랩실’, 아침 독서 및 도서관 연계수업,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으며 2만5000여 권의 책이 있는 도서관인 ‘라이프러리(라이프+라이브러리)’ 등 학생이 다양한 수업과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 교내 곳곳에 위치해 있었다.
이날 학교 간 공동 교육과정인 ‘스마트 콘텐츠 실무’ 수업 현장에서는 당곡고 학생 6명과 수도여고 학생 5명이 원격으로 함께 수업을 듣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사는 교실에서 대면 수업을 듣는 당곡고 학생 뿐만 아니라 원격으로 수도여고 학생과도 실시간 소통을 주고받으며 수업을 이어갔다. 해당 수업을 진행하는 정병희 당곡고 정보 과목 교사는 “학생이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기 때문에 수업 참여도와 집중도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이 수업을 듣는 신은지 양(17)은 “진로를 문과와 이과 중 어느 쪽으로 선택할지 고민이었는데,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이과에 더 흥미있다는 걸 알게 돼 이 수업을 듣고 있다”며 “수업 내용이 생각보다 어렵지만,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잘 이겨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이 수업을 함께 듣는 김경민 군(17)은 “앱 개발자가 꿈”이라며 “진로선택하는 데 학교 진로 수업이 가장 도움이 됐다. 진로상담전문가를 초청해 수업을 했는데, 그때 전문가와 상담했던 게 진로 결정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개선해야 할 점 또한 아직 남아있었다. 심 양은 “공유캠퍼스 수업 발표 수행평가를 위해 수도여고에 1시간 정도 걸려서 갔는데, 정작 수업에 참여한 시간은 발표 시간 5분 정도가 끝이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교원 인사 발령과 고교학점제 운영 주기가 다른 점도 문제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선희 수도여고 교감은 “교원 인사 발령은 1년 단위지만 고교학점제는 학기 단위라 학기에 따라 교사의 수업 시수가 크게 달라지기도 하고, 학교는 기간제 교원을 투입하기도 한다. 일부 교사에게는 정해진 수업 시수보다 더 많은 수업을 해달라 요청하기도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날 당곡고를 찾아 고교학점제 운영 현황을 살피고,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교육청의 지원상황을 점검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앞으로도 고교학점제가 운영되는 현장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선생님들의 짐을 덜어드릴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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