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등 장기요양시설 입소자 4명 중 3명이 연간 28일 이상 중추신경계용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머무르는 노인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중추신경계용 약물은 뇌와 척수 등에 작용하는 약물로 마약성 진통제, 항정신병제, 항불안제, 수면진정제 등이 포함된다.
8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원이 2023년 장기요양수급자 89만1176명(시설 18만7077명, 재가 70만4109명)의 약물 사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시설 수급자 76.7%는 연간 28일 이상 중추신경계용 약물을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집에서 거주하는 재가 수급자에서는 56.6%로 요양원 등 시설 거주 노인이 자택 거주 노인보다 약물을 더 길게 복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요양원 등 시설 거주 노인은 자택 거주 노인보다 복용하는 약의 수도 많았다. 시설 수급자가 하루에 처방받는 의약품 수는 평균 11.47개였으나 재가 수급자는 7.93개에 그쳤다. 의약품 성분도 시설 수급자는 하루 평균 7.22개 성분을 처방 받았지만 재가 수급자는 5.33개 성분만 처방 받아 시설에 머무르는 노인이 더 다양한 약을 처방받고 있었다.
건보공단은 요양원 등 시설 거주 노인의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이달부터 22개 장기요양시설 입소자를 대상으로 다제약물 관리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약사가 시설을 방문해 노인의 약물을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중복 또는 과대 처방되고 있는 약물을 빼거나 바꾸게 된다. 장선미 가천대 약대 교수는 “장기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거동이 불편해 활동량이 적다보니 자택에 거주하는 노인보다 노쇠할 가능성이 큰 데다, 신체기능이 약해져 다제약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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