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부터 예약 판매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저서 ‘분노를 넘어, 김동연’. 정식 판매는 11일부터다. 경기도 제공
#2022년 2월 24일, 윤석열 후보를 만났다. 1시간 40분을 만났지만, 예상대로 실망이 컸다. 첫 마디가 “선배님, 같이 하십시다.”였다. 나는 답을 하지 않고 “윤 후보는 정치를 왜 시작했습니까.”라고 물어봤다. 대답이 길고 장황했는데 내용이 없었다. ‘경제에 법치주의를 넣어야 한다’는 요지가 하도 특이해서 기억에 남았을 뿐이다. 윤 후보는 90% 가까이 혼자 얘기했다. 내 제안들에 대해서는 “그건 들어와서 생각해 보시고요.”라며 말을 돌렸다. 이어 “부총리까지 하셨으니까, 국무총리에는 관심이 없으실 것 같고. 서울에는 오세훈이 있으니까, 경기도에서 출마하시지요. 무조건 필승입니다. 그리고 당을 개혁해야 하겠는데 들어와서 당을 접수해주십시오.”
경기도지사 선거 개표 당시 승리를 확신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두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경기도 제공 #2022년 2월26일,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가 불쑥 찾아왔다. 당사로 찾아오겠다는 걸 오지 말라고 했는데 기차를 타고 왔다며 들이닥쳤다.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윤석열 후보에게서 실패한 대통령의 모습을 봅니다. 박근혜 대통령 데자뷔입니다. 김 후보님이 옆에 계셔주시면 국정 운영이 안심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거절하면서 이야기했다. 항간에는 윤석열이 되면 이준석 당대표부터 친다는 말이 들린다고. “저도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결국 이준석 대표가 한 말, 내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