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여수] 금오도 비렁길-개도 캠핑 체험
벼랑길 걸으며 듣는 파도 소리
동백꽃잎 흩날리는 풍경은 덤
지역 전통주-참전복 궁합 일품
비렁길로 유명한 전남 여수시 남면 금오도는 울창한 숲으로 검게 보인다고 해서 거무섬으로 불렸다. 다양한 생태와 해안 비경을 관람할 수 있는 명품 탐방로로 유명하다. 여수시 제공
2026여수세계섬박람회는 여수시 남면 금오도, 화정면 개도에서도 열린다. 금오도에서는 섬박람회 기간 비렁길 스탬프 투어가, 개도에서는 섬 캠프 패키지가 진행된다. 박람회를 마치고 나면 개도에 2027년 8월, 금오도에 2032년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가 완공될 예정이다.
명품 섬 탐방로, 금오도 비렁길
전남 여수시 남면 금오도.전남 여수시 남면 금오도 여천항은 돌산읍 신기항에서 서쪽으로 6㎞가량 떨어져 있다. 금오도는 여수 남쪽 바다에 위치한 30여 개 섬으로 이뤄진 금오열도(金鰲列島)에서 가장 큰 섬이다. 국내에서 21번째로 큰 섬인데 면적 27㎢. 해안선 길이는 64.5㎞다.
섬 생김새가 큰 자라(鰲·오)를 닮았다고 해서 ‘금오도’라는 지명을 얻었다. 금오도는 멀리서 보면 섬이 검게 보인다고 해서 ‘거무섬’으로도 불렸다. 섬이 검게 보일 정도로 소나무, 동백나무, 대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뤘던 것이다.
조선시대 금오도는 일반인 출입을 금했던 황장봉산(黃腸封山)이었다. 귀한 목재인 황장목이 자라는 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출입을 금지하고 봉한 산을 뜻한다. 금오도는 조선시대 궁궐을 짓고 임금의 관을 짜거나 판옥선을 만드는 재료인 소나무를 공급하던 섬이었다. 왕궁에서 사용하는 벌목장, 사슴목장이 있었기에 신비감은 더했다. 1885년 나무들이 태풍 피해를 입고 황장봉산이 해제되면서 주민들이 정착했다.
봄날 금오도에 가면 붉게 핀 동백꽃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최은순 금오도 문화관광해설사는 “동백꽃은 늦가을인 11월부터 봄인 3∼4월에 피고 지는데 금오도 동백꽃은 더 아름답다”고 말했다.
금오도는 아스란한 벼랑길을 걸으며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는 명품 탐방로 비렁길이 있다. 걷다 보면 절벽 아래 파도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바다와 가깝다. 비렁길은 옛날 주민들이 땔감을 구하고 낚시를 하며 생업을 위해 걸었던 해안길이다. 표준말 벼랑의 여수 사투리가 비렁이다.
비렁길은 금오도 서쪽 벼랑을 따라 형성된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걷는 5개 코스로 이뤄졌다.
총길이는 18.5㎞이며 완주하는 데 8시간 반이 걸린다. 5개 코스 대부분이 경사가 완만해 부담 없이 걸으며 수채화 같은 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1코스는 자라의 오른쪽 뒷다리에 해당하는 함구미 선착장에서 시작한다. 함구미 선착장 옆 미역널방에서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미역널방은 옛날에 생미역을 말린 넓은 바위다. 1코스 거리는 5㎞이며 걷는 데 2시간이 걸린다.
2코스는 두포마을에서 시작해 바닷가 밑에 큰 굴이 있는 굴등 전망대, 수달피 비렁까지 이어진다. 수달피 비렁에서는 금오도 옆자락에 있는 고흥 팔영산, 나로도 우주센터는 물론 여수시 삼산면 백도까지 한눈에 보인다. 2코스 거리는 3.5㎞이며 소요시간은 1시간 반이다.
3코스는 탐방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코스다. 울창한 동백나무 숲과 확 트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매봉 전망대와 출렁다리가 있다. 붉은 동백꽃이 뚝뚝 떨어져서 가는 봄을 아쉬워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3코스 거리는 3.5㎞이며 소요시간은 2시간이다.
4코스는 학동마을에서 사다리통 전망대, 출렁다리, 온금통까지다. 야생화가 가득한 4코스의 거리는 3.2㎞이며 소요시간은 1시간 반이다. 5코스는 심포마을에서 343m 높이 망산 정상에 있는 봉수대 옆 막포 전망대와 장지마을까지 이어진다. 일몰이 환상 그 자체인 5코스 거리는 3.3㎞이며 소요시간은 1시간 반이다.
이정택 남면이장협의회장(65)은 “금오도와 다리로 연결된 안도까지 포함하면 해수욕장 2개, 캠핌장 3개가 있어 여행객들이 즐길 거리가 많다”며 “금오도 서쪽 비렁길 반대편 동쪽 옛길도 복원이 이뤄지면 섬 전체 일주 탐방로가 연결돼 볼거리가 더 풍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논과 산이 있는 개도, 섬 살기 체험 제격
전남 여수시 화정면 개도에는 넓은 농경지, 높은 산, 깨끗한 바다, 기암괴석 등이 있어 섬과 농어촌 체험을 동시에 하기 좋다.여수시 화정면 개도는 백야도 선착장에서 5.2㎞ 떨어져 철부선을 타면 20분 만에 도착한다. 개도 면적은 11.7㎢이며 해안선 길이는 25.5㎞에 달한다. 화정면에서 가장 큰 섬답게 주위에 작은 섬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덮을 개(蓋)를 써서 개도(蓋島)라고 한다.
개도에는 봉화산(335m)과 천제봉(328m)이라는 2개 산이 솟아 있다. 2개 산이 개의 귀처럼 보여 개섬이라고 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기온이 온화하고 동백나무가 무성해 남국과 같은 이국적인 풍경을 이룬다.
개도는 어업이 주요 생업이지만 논과 밭, 저수지, 간척지가 있어 농사도 많이 짓는다.
봉화산 밑으로 유기농 쌀 재배 논, 방목한 송아지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는 목가적 풍경도 볼 수 있었다. 개도 농민들은 유기농 쌀을 재배해 학교 급식용 등으로 판매하고 있다. 섬 가운데서는 논이 넓은 편이라 농기계로 벼를 수확한다.
개도 동쪽 바다는 봉화산과 천제봉이 바람막이가 돼 잔잔해 참전복, 어류 양식장이 많다. 그러나 기암괴석이 절경이 이룬 서쪽 바다는 드넓은 바다를 접해 조류가 거세 멸치·문어잡이가 주종을 이뤄 섬살기 체험에 제격이다.
개도에는 섬사람들과 삶을 함께했던 개도 사람길이 있다.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땔감을 구하러 오가고 소를 몰고 다니던 길이다. 개도 사람길은 1코스 화산선착장에서 호령마을(4.5㎞)이며 시골길과 해안을 동시에 걷는 느낌을 준다. 2코스는 호령마을에서 배성금(3.4㎞)으로 옛 시골 정취를 느끼기 충분하다. 3코스는 배성금에서 정목(4㎞)까지이며 아름답다.
개도에는 봉화산, 천제봉을 걷는 등산로도 정비돼 있다. 개도에는 한적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해수욕장이 3개나 있다. 개도 서쪽 해안에는 푸른색 돌과 바다가 어우러진 청석포 해수욕장, 모전몽돌 해수욕장, 호령모래해수욕장이 있다.
먹거리도 유명하다. 개도 생막걸리는 100여 년 전 조선시대부터 빚은 것으로 부드럽고 깔끔하다. 주민 김모 씨(69)는 “개도 생막걸리는 천제산 맑은 암반수로 빚어 맛이 좋다”고 말했다. 개도 막걸리에 참전복 안주는 미감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개도 화산마을 앞 간척지에는 텐트 100개를 설치할 수 있는 캠핑장, 전시관·다목적 강당 등이 있는 섬어촌 문화센터, 숙박시설 등이 있는 농어촌관광휴양단지가 조성된다. 김용배 화산마을 이장(70)은 “개도는 농어촌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섬으로 섬박람회 손님들을 맞을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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