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모습. 의대생들의 출석 일수 미달에 따른 유급 기준일이 임박한 이번 주 연세대학교를 비롯한 일부 의과대학교들이 등록 후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들에 대해 학칙에 따라 유급 예정 통지서를 발송하는 등 유급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04.08. [서울=뉴시스]
의료계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이번 주 중으로 증원 이전 규모인 3058명으로 확정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지만 교육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의대생이 등록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수업에 참여해야 모집인원 동결을 발표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현재는 서울대와 연세대 등 일부 대학의 본과 3, 4학년 외에는 아직 복귀 움직임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부는 섣불리 모집인원 동결을 발표했다가 의대생에게 특혜만 준다는 비판을 받고 의대생이 복귀할 명분도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12개 의료단체가 소속된 한국의학교육협의회(의교협)는 8일 정부에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이번 주 중 확정해 불확실성을 제거해달라고 요구했다. 의대생의 복귀율을 고려하지 말고 모집인원 동결을 발표하라는 것이다. 의교협이 교육부 등에 보낸 공문에는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해 이번 주 중으로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확정해 발표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많이 수업에 복귀해야 모집인원을 동결한다’는 조건부가 아니고 교육부가 대승적 차원에서 먼저 결단을 내리면 의대생이 복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10일까지 현재 수준에서는 모집인원 동결을 발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모집인원 동결을 약속한 이유가 의대 교육 정상화에 있었는데 그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는 대학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도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언제까지 복귀율을 보겠다고 기간을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복귀율이 어느 정도는 나와야 하는데 현재는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대다수 의대에서 이번 주에 출석일수 미달로 인한 F학점과 유급 결정 시기가 도래하는 만큼 이번 주에 의대생 상당수가 돌아오길 기대하고 있다. 아직도 의대생 사이에서는 ‘더 버텨도 정부와 대학이 지난해처럼 유급 안 시킬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유급 예정 통지서를 받으며 위기감을 느껴야 돌아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만약 모집인원 동결을 발표해버리면 의대생 대부분은 복귀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고, 대규모 유급 사태가 발생해 내년에 26학번까지 트리플링 문제가 생기는 것을 교육부는 가장 우려한다.
지난달 등록금 납부와 복학 신청 때와 달리 수업 거부가 계속되는 것은 대부분의 의대생이 유급은 크게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적은 재입학이 거의 불가능해 이를 피하기 위해 지난달 40개 의대에서 2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등록했다. 하지만 유급은 졸업이 1년 늦어지는 것이고 동급생 대부분이 같은 처지라 괜찮다고 보는 것이다. 한 의대생은 “나만 혼자 수업 듣고 먼저 진급하면 단일대오를 깬 배신자라는 비판을 계속 받아야 하는데 두렵다”고 전했다. 의대생 사이에서는 먼저 복귀하고 투쟁을 계속하지 않기로 결정한 서울대 의대를 향해 ‘선민의식’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각 대학은 의대생이 학업을 쉬는 동안 많이 하고 있던 과외를 정리하고 기숙사나 자취방 등 주거 공간을 마련할 시간도 주고 있다. 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애들이 과외를 여러 개 하고 있는데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복귀까지 좀 천천히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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