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길 산행’ 여전, 매년 1300건 적발
비박하며 흡연-불법 취사 하기도… 산불-안전사고-환경 파괴 이어져
대구 함지산 불도 샛길에서 시작
“감시 카메라-단속 인력 늘리고… 봄철엔 특별 신고제 도입해야”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이 비법정 탐방로인 샛길 출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 옆에서 등산객들의 출입 흔적을 살피고 있다. 국립공원에서 법정 탐방로가 아닌 샛길로 들어갔다가 적발되면 1차 20만 원, 2차 30만 원, 3차 이상 5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지난달 28일 대구 함지산 산불의 최초 발화 지점이 정식 등산로가 아닌 ‘샛길’로 드러나 경찰이 실화자 특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산림당국의 지속적인 계도에도 샛길 출입이 연 1300건 넘게 적발되는 등 샛길 산행이 여전히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봄철에 한해 특별 신고제를 도입하는 등 더욱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동아일보가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받은 최근 4년간 등산객 위반 행위 적발 건수 자료에 따르면 비법정 탐방로(샛길)를 이용해 적발된 건이 가장 많았다. 2020년 1155건, 2021년 1153건, 2022년 1208건, 2023년 990건으로 연평균 1126건에 달했다. 공단 관계자는 “산행 모집 공고를 검색해 비법정 탐방로가 포함돼 있으면 사전 차단하는 식으로 산행을 막으려 애쓴 덕에 단속 건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매년 수백 명이 출입 금지를 위반한다”고 말했다.
국립공원 외 임야와 야산을 관리하는 산림청의 입산통제구역(샛길) 위반행위 적발 건수는 2020년 334건, 2021년 386건, 2022년 348건, 2023년 329건으로 역시 수백 건에 달했다. 국립공원 단속 건수와 합하면 매년 1300건에 달하는 불법 샛길 출입이 발생한 셈이다.
샛길 산행은 숲속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다. 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샛길 사고로 국립공원에서 사망한 사람만 18명에 이른다. 산불 위험도 크다. 선용원 지리산국립공원경남사무소 주임은 “통상 비법정 탐방로를 이용하는 등산객들을 보면 ‘비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비박을 할 때 흡연은 물론이고 취사를 위해 휴대용 버너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 산불 위험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단에 따르면 2020∼2023년 불법 취사, 흡연, 야영 행위 총 적발 건수도 각각 1387건, 682건, 617건에 이르렀다.
샛길은 공식 등산로(탐방로)가 아니기 때문에 폐쇄회로(CC)TV나 감시체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 화재 발생 시 초기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고, 진화와 실화자 추적도 쉽지 않다. 실제로 이번 함지산 산불 역시 등산로가 아닌 샛길에서 시작돼 경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3년 4월 서울 종로구 인왕산 샛길에서 발생한 산불도 결국 실화자를 찾지 못했다. 담뱃불 등 입산자 실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샛길이다 보니 CCTV 등 감시체계가 없어 실화자를 끝내 특정하지 못했고 경찰 수사는 내사 종결됐다.
● CCTV 늘리고 봄철 특별 신고제 운영해야
샛길 산불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17년 인천 계양구 계양산에선 한 해 동안 샛길에서만 산불이 2건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입산 통제와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함지산 역시 지난달 1일부터 산림 지역 출입을 전면 금지하는 긴급 행정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산림청도 봄철 산림의 27%(185만 ha)를 입산통제구역으로 지정하고 등산로 25%(6808km)를 폐쇄하고 있지만 산불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고기연 한국산불방지학회장은 “이번 대구 사례만 봐도 사람에게 의존한 산불 방지 체계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무인감시 카메라를 크게 늘리고 봄철만이라도 신고제를 강화하거나 단속 인력 투입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23시간 만에 주불이 꺼졌다가 잔불 정리 과정에서 재발화해 확산했던 함지산 산불은 1일 오전 8시를 기해 완전히 진화됐다. 재발화 영향으로 산불 영향구역은 당초보다 50ha 증가한 310ha로 집계됐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했고, 오늘 내린 비로 불이 완전히 꺼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당분간 뒷불 감시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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