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며 한숨 쉬는 중년 남성이라면 한 번쯤 떠올렸을 만한 생각이다. 실제로 남성형 탈모는 성인 남성에게 가장 흔히 나타나는 탈모 유형으로, 주로 정수리나 이마 라인에서부터 점점 머리숱이 줄어드는 특징을 보인다.
지금까지는 먹는 약(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과 바르는 약(미녹시딜), 그리고 저출력 레이저 치료기가 대표적인 치료 방법이었다. 하지만 매일 약을 복용하거나 바르는 번거로움, 일부에서 나타나는 부작용, 개인에 따른 효과의 차이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치료법을 기다려왔다.
남성형 탈모는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전환되면서 생기는 변화에서 비롯된다. 이 DHT가 모낭의 호르몬 수용체와 결합하면 모발의 성장 기간이 짧아지고, 모낭이 점점 위축되면서 결국 머리카락이 빠지게 된다. 그래서 현재 사용되는 먹는 탈모약은 바로 이 DHT의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효과가 좋은 편이지만, 매일 복용해야 하고 간혹 일부 환자에게는 성기능 저하 같은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 최근에는 1~3개월에 한 번 맞는 주사제가개발되고 있다. 주사된 약물이 몸속에서 서서히 방출되는 특수한 기제를 이용해, 오랜 시간 동안 일정한 약물 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현재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를 주사제 형태로 개발한 약들이 국내외에서 임상시험 중이다.
기존 먹는 약이 전신에 영향을 주는 데 비해, 최근에는 모낭의 호르몬수용체만 선택적으로 막는 바르는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피릴루타마이드’라는 신약으로, DHT가 모낭의 호르몬 수용체에 붙지 못하도록 막는 작용을 한다. 임상시험에서는 남녀 모두에서 탈모 억제와 발모 효과가 관찰되었고, 전신 부작용이 적은 안전한 국소 치료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탈모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치료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유전자 치료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거나 수정해 질병의 근본 원인을 개선하려는 접근으로, 탈모에서는 호르몬 수용체나 모발 성장 신호를 조절해 모낭이 DHT에 덜 민감하도록 만들거나 모발 성장기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siRNA (소간섭 RNA)나 CRISPR (유전자가위) 같은 최신 기술이 사용되며, 아직은 동물실험 단계지만 한 번의 시술로 장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형 치료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빠진 머리를 되살리는 것을 넘어, 새로운 머리카락을 만드는 시도도 시작됐다. 세포 치료는 환자의 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새로운 모낭을 만들어 탈모부위에 이식하는 방식이다. 미국, 일본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며, 일부는 이미 사람 대상 초기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다. 아직은 동물실험 단계에 있으며 상용화가 되기까지 많은 문제점을 극복해야 하겠지만, 기존 치료가 남아 있는 모낭을 살리는 것이었다면, 이 기술은 완전히 사라진 모낭을 새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이쯤에서 ‘그럼 이러한 치료제들이 개발될 때까지 남성형 탈모는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질환인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그렇지는 않다. 현재 사용되는 치료법만으로도 많은 경우 남성형 탈모는 잘 조절되고 호전된다. 다만 우리는 항상 더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편리한 치료법을 추구한다.
지금까지의 탈모 치료는 누구에게나 비슷한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환자마다 다른 유전적 특징과 탈모 진행 정도에 맞춘 맞춤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약물부터 주사제, 바르는 신약, 세포 치료와 유전자 치료까지—다양한 접근법들이 함께 발전하며 탈모 치료의 선택지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언젠가는 바쁘게 약을 챙기거나, 거울 앞에서 한숨 쉬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간편하고 안전하며, 무엇보다 확실하게 머리카락을 지킬 수 있는 시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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