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키다리 아저씨’들이 만든 기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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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스’ 73명… 7개월 동안 25억6000만원 모금
이주 여성 모국 방문 기회 주고
자립 준비-돌봄 청년에 장학금
“복지 사각지대 메우는 착한 동행”

광주 서구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지난달 19일 영산강 자전거길에서 빛과 바람의 라이딩 행사를 가졌다. 행사는 서구 아너스 등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광주 서구 제공
광주 서구는 지난해 11월 기초수급자 1만8578명, 장애인 1만3531명, 저소득 및 한부모 가정 4064명, 다문화 가정 2390명 등 소외계층을 돕는 ‘소설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는 ‘아너스’를 만들었다. 아너스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000만 원에서 1억 원을 기부하는 주민들이 참여한다.

서구는 아너스 가입자가 73명이며, 모금액은 25억6000만 원이라고 7일 밝혔다. 아너스 가입자에는 박철홍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추경화 권동식 아벤티노재단 이사장, 최무진 나눔테크 대표, 김동원 미래와희망산부인과 대표원장 등이 있다. 아너스 가입자들이 마련한 기부금은 매달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복지사업에 쓰이고 있다.

1월에는 아너스 기부금으로 다문화 가정 15곳 52명에게 1인당 항공권 구입비와 체류비 50만 원을 지원했다. ‘엄마나라 외갓집 방문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이 사업은 2년 이상 모국 방문이 없는 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한국생활 속 나의 삶 이야기’라는 수기 공모를 통해 지원자를 선정했다. 다문화여성 김모 씨는 “아너스의 도움으로 11년 만에 필리핀에 사는 친정 어머니를 만났는데 귀국 5일 만에 돌아가셨다”며 “어머니를 못 만났다면 평생 가슴에 묻고 큰 아픔으로 남았을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2월에는 돌봄 청년 지원사업인 ‘함께하는 돌봄! 겨울 걷고 봄을 꿈꾸다’를 추진했다. 돌봄 청년은 아동복지시설 보호가 끝나 홀로 자립을 준비하거나 가족을 돌보며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청년들이다. 서구는 돌봄이 필요한 청년 30명에게 1인당 100만 원, 취업 희망 청년 80명에게는 1인당 50만 원을 각각 지원했다.

3월에는 아너스 기부금으로 산불 피해 지역 이재민을 돕는 데 힘을 보탰다. 서구는 당시 산불 피해 성금으로 4000만 원을 지원했으며, 이 가운데 1430만 원은 아너스에서 후원했다.

지난달 19일에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자전거를 타는 ‘빛과 바람의 라이딩’ 행사를 열었다. 장애인 40명과 비장애인 100명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영산강 20km를 달렸다. 김이강 광주 서구청장은 행사를 위해 안대를 쓰고 장애인 시선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 등 철저히 연습했다. 시각장애인 이병하 씨(47)는 “함께 자전거를 탄 김 구청장이 풍경 하나하나를 설명해줘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에는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장애인 부부 6쌍에게 예식과 혼수를 마련해주고, 신혼여행을 갈 수 있도록 도왔다. 장애인 김모 씨 부부는 “혼인신고 이후 40년 만에 결혼식을 올렸고, 오랜만에 친정 아버지를 만나 화해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달 24일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저소득층 부부 200명을 초청해 ‘별빛 아래 가족극장’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행사는 가족과 부부가 함께 소중한 시간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구청장은 “도시 브랜드를 ‘착한도시 서구’로 선포한 지 1년을 맞아 아너스 회원 73명의 따뜻한 후원이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소외계층에 온정으로 다가섰다”며 “아너스는 지역 복지 공백을 메우는 착한 동행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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