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노태우 비자금 의혹’ 수사 확대… 일가 계좌 광범위 추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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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숙 ‘선경 300억원’ 메모 논란속
아들 재단에 147억 입금과정 조사

검찰이 최근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계좌 추적에 착수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불거진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민종)는 노 전 대통령 측 계좌 자료들을 입수해 자금 흐름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2016∼2021년 아들 노재헌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출연한 총 147억 원의 입금 과정과 자금 출처, 은닉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47억 원의 출처가 검찰의 1995년 비자금 수사나, 1997∼2013년 추징금 추적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불법 자금인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은 지난해 5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을 통해 드러났다. 1심에서 패소한 노 관장 측은 2023년 6월 항소심 때 1심에서 제출하지 않았던 김옥숙 여사가 보관 중이던 ‘약속어음 300억 원(1992년 선경건설 명의 발행)’ 사진과 관련 내역을 적은 메모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 측 자금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결혼 이후 SK 측에 유입됐다고 판단하고, 노 관장의 재산분할 몫을 1조3808억 원으로 크게 늘렸다.

검찰은 1996년 전두환, 노태우 비자금 관련 수사 자료를 영구 보존하고 있다.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최 회장 측의 요구로 재판부가 검찰에 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검찰이 거부한 바 있다. 1995년 첫 비자금 수사 때 확보했던 자료와 최근 추적한 계좌 자료들 등을 비교 분석하며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 축적 과정 전반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1995년 수사 자료는 대부분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인 데다가 공소시효 완성 등으로 자금 추적이 장기화할 수 있다.

검찰 내부에선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이른바 ‘전두환, 노태우 비자금 몰수법’이 통과된다면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등은 헌정질서 파괴 범죄를 범한 사람이 얻은 재산은 행위자의 사망 또는 범죄의 공소시효 만료 시에도 몰수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 판결 이후 300억 원의 비자금 의혹에 대해 “불법 자금이라고 볼 증거가 전혀 없고, 실제로도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노태우 비자금 의혹#자금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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