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에 주는 ‘연금 크레디트’ 98%, 女아닌 男이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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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수 따라 최장 50개월 인정
연금액 많은 남편에 혜택 몰아줘
“출산때 바로 추가로 인정해주면
여성 연금 수급권 유지에 도움돼”

국민연금에는 자녀 수에 따라서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주는 ‘출산 크레디트’ 제도가 있다. 사회적으로 출산 가치를 인정하고 출산으로 생긴 소득 공백을 보상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실제로 출산 크레디트 혜택을 받는 사람 10명 중 9명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취지와 실제 운영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남성에게 혜택 적용해야 유리한 구조

현재 출산 크레디트 적용 대상은 자녀가 2명 이상인 국민연금 가입자다. 자녀가 둘이면 12개월, 셋이면 30개월, 넷이면 48개월, 다섯 이상이면 50개월 가입 기간을 인정한다.

올 3월 연금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 1월부터는 자녀가 1명이어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된다. 첫째와 둘째는 각각 12개월을, 셋째 이상부터는 18개월씩 가입 기간이 인정된다. 50개월 상한도 없어진다.

현재 출산 크레디트 제도 혜택을 선택해 적용받는 건 대부분 남성이다. 1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출산 크레디트 혜택을 받은 사람은 총 7183명으로, 이 중 남성의 비율은 97.6%(7011명)였다. 여성은 2.4%(172명)에 그쳤다.

이는 부부 중 남성에게 출산 크레디트 혜택을 몰아야 더 유리한 구조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출산 크레디트는 연금을 받는 시점에 부부 중 1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현재 중장년 여성 중에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가입을 했어도 남편보다 가입 기간이 짧고 급여가 적은 경우가 많다”며 “현실적으로 연금액이 더 많은 남편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게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고 설명했다.

● “출산 때부터 혜택 적용해야”

전문가들은 제도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운영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방식은 출산 크레디트 혜택이 적용되는 시점을 연금을 받을 때가 아닌, 출산을 했을 때로 앞당기는 것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출산을 했을 때 바로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 주면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경력을 이어가며 자신의 연금 수급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적용 시점을 앞당기면 출산을 했는데도 출산 크레디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출산을 했어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가입 기간(10년)을 채우지 못하면 크레디트 혜택에서 배제된다. 하지만 적용 시점을 앞당기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과 독일, 프랑스 등 해외 주요 선진국은 출산 크레디트 적용 시점을 출산 시점으로 하고 있다. 석 교수는 “특히 프랑스는 최소 1년의 가입 기간은 여성에게 혜택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독일은 여성을 원칙으로 하되 남성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열어두는 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산 크레디트 혜택 적용 시점을 출산 시점으로 앞당기는 방안은 보건복지부가 2023년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도 포함된 내용이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원 방식을 바꾸는 건 재정 당국과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출산 크레디트#남성 비율#연금 수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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