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권등기 설정으로 발생한 비용은 별도의 소송비용 확정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임대인 A 씨가 임차인 B 씨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20년 5월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를 B 씨에게 2년 동안 임대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한 차례 연장됐으나 B 씨가 월세를 제때 내지 않자 A 씨는 2022년 8월 임대차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건물인도소송 등을 제기했다. 이에 B 씨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해당 아파트에 대한 임차권등기를 완료했다. 임차권등기란 법원의 명령으로 임차인이 보증금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주택 등기부에 기재하는 제도로,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은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듬해 B 씨가 보증금을 돌려받으면서 소송의 쟁점은 ‘임차인이 임대차등기 비용을 상계 등을 통해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됐다. A 씨가 밀린 월세와 원상복구 비용을 청구하자 B 씨가 “임차권등기 비용 약 15만 원은 A 씨가 지급해야 하므로 채권을 상계(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채권을 갖고 있을 때 같은 액수만큼 소멸시키는 것)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1, 2심 재판부는 B 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임대차등기 비용은 소송비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재판이 확정된 후 소송비용 확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였다. 반면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권등기 관련 비용에 대해 비용 청구의 방법이나 절차에 대한 별도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며 “임차인은 상계의 자동채권으로 삼는 등의 방법으로 비용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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