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위탁은 부모의 사망 또는 아동학대 등의 이유로 친가정에서 키우지 못하는 아동을 위탁가정에서 일정 기간 보호하는 제도다. 올해로 시행 22년을 맞았지만 위탁아동 및 위탁부모, 가정위탁지원센터 종사자 등 참여자들은 한목소리로 제도의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위탁 기간 동안 아동이 어려움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아동 관점에서의 법과 제도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미성년자가 계좌를 만들고 병원에서 치료받거나 심지어 온라인 본인 인증 등 일상생활을 위한 대부분의 절차에 법정대리인 동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현 제도상 위탁부모는 실제 아동을 양육하고 있음에도 법정대리인으로서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탁아동이 친부모의 법적 동의를 받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위탁부모는 아동을 돕기 위해 미성년후견인제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류 준비부터 친권 상실 재판 청구 등 복잡한 절차와 아동의 법적 문제, 배상 등을 짊어져야 하기에 선뜻 아동의 후견인을 자처하기 어렵다.
정부는 위탁아동의 법정대리인 부재 문제 해결을 위해 위탁부모를 대상으로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통한 법률 상담, 위탁아동을 포함한 보호대상 아동들에게는 공공 후견인 선임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위탁아동과 위탁부모를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법정대리인이 없는 위탁아동은 불안함을 지닌 채 반복적인 일상생활 멈춤을 경험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은 법정대리인이 없는 아동이 겪는 어려움과 이에 대한 대안 모색을 목표로 정책 개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올 하반기 국회에서 정책 토론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전국 6개 가정위탁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위탁아동을 보호함과 동시에 위탁부모를 대상으로 실질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초록우산은 한 발 더 나아가 가정위탁 지원 제도의 중요성을 알리고 제도 개선을 위한 ‘틈 없이 함께’ 캠페인을 통해 국가 책임을 강화해나가는 데도 기여할 방침이다. △법정대리인 공백 해소를 위한 ‘의사결정 지원 체계’ 강화 △가정위탁 사업의 국고 환원을 통한 국가의 예산 책무 강화 △양육지원 정책 대상에 가정위탁아동 포함 등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할 예정이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가정위탁아동이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일상생활을 보내며 또래 아이들처럼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초록우산은 제도가 있음에도 여전히 제도의 빈틈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위탁아동들이 따뜻한 가정의 품 안에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1
“위탁부모이기에 오히려 아이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권한이 없어요.” 40대 위탁부모 A 씨는 아직도 승현이(4세, 가명)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생하다고 말한다. 아동이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예방접종을 하고자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친부모가 아닌 위탁부모라는 이유로 병원은 A 씨에게 그간 승현이의 접종 내역을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2
“가족처럼 지내는데 법은 왜 모른 척할까요?” 40대 B 씨는 소현이(1세, 가명)의 위탁부모다. 소현이는 아동학대로 원가정이 아닌 위탁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다. B 씨는 소현이 지원금 수령을 위한 계좌를 만들기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연락이 두절된 지 오래인 친모의 동의가 없으면 소현이의 계좌를 만들 수 없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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