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이 26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불러 조사한 것은 이들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밝힌 진술과 특수단이 확보한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의 내용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른바 ‘계엄 국무회의’ 참석자들이다. 동시에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문건이나 쪽지를 받았다는 의혹을 공통적으로 받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은 문건이나 쪽지 자체를 받지 않았거나 받았어도 당시에는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해 왔다.
● 계엄 회의 참석 3인, 문건 수령-인지 여부 쟁점
특수단은 대통령경호처에서 제출받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내 대통령 집무실 및 대접견실(계엄 회의 장소) 내부 CCTV 영상을 최근 분석했다. 그 결과 한 전 총리나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이 과거 국회나 수사기관, 법정 등에서 밝혔던 자신의 행동과는 다른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당일 대접견실 회의에서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문을, 최 전 부총리는 비상 입법 기구 구상이 담긴 쪽지를, 이 전 장관은 언론사 단전 단수 지시가 담긴 쪽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계엄에 가담했다는 비판이 커지자 한 전 총리는 선포문인 것을 알지 못했고 회의를 마친 뒤 자신의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해명했다. 최 전 부총리는 쪽지를 받았지만 내용을 안 봤다고 했고, 이 전 장관은 자신이 받은 건 아니고 멀리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보기만 했다고 했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은 소리는 녹화되지 않았지만 회의 참석자들의 행동 등은 모두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날짜와 시간도 기록됐다.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이 전 장관이 앞서 주장한 내용과 다른 행동을 한 장면이 CCTV에 담겼을 경우 파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조사를 받은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은 약 11시간이 지난 오후 9시쯤 조사를 마쳤다. 낮 12시경 경찰에 출석한 최 전 부총리는 이들보다 조금 늦은 오후 9시 반경 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분석한 뒤 신병 처리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특수단은 계엄 직후 윤 전 대통령과 계엄 관계자들이 모인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 CCTV 영상도 확보하기 위해 경호처와 협의 중이다.
● 경호처, 지난해 12월 6일 비화폰 정보 왜 삭제했나
특수단은 지난해 계엄 사흘 뒤인 12월 6일 대통령경호처가 윤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에 담긴 정보를 삭제한 정황도 밝혀냈다. 지난해 12월 6일은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이 계엄 수사에 본격 착수한 날이자, 홍 전 차장이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날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서버 기록을 삭제한 건 아니다. 원격으로 개인 비화폰 기기 속 정보를 삭제한 것”이라며 “일반 휴대전화로 치면 초기화를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비화폰으로 통화할 때 남는 정보는 통화 시간, 상대방 등의 정보다. 통화 내용은 남지 않는다.
홍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계엄 당일 오후 10시 53분경 윤 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며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역시 경호처에서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청장의 비화폰 정보가 삭제된 이유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청장은 2월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다음 날)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설명하며 개인 가정사를 언급했다. (내용에 대해)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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