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금 부과한 사례 한 건도 없어
민주는 “시행” 국힘은 “폐지” 공약
예상 부담금 4억 넘는 단지도
조합, 자료제출 늦추고 소송 불사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재건축으로 생긴 시세 차익의 일부를 국가가 환수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부과 대상인 조합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간 미뤘던 재건축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합들은 ‘재건축 부담금 1호 단지’가 되지 않으려고 자료 제출을 미루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새 정부가 출범해도 재초환을 둘러싼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부과하면 소송으로 대응”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국 재건축 사업 조합 70여 곳이 모인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전재연)는 이달 초 국토교통부에 재건축 부담금 부과 중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부담금 산정 기준인 한국부동산원의 집값 통계가 조작됐다는 감사원의 발표가 지난달 나온 만큼 부과 자체가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전재연 관계자는 “다음 달 초 국토부를 만나 부과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 이익의 최대 절반을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재건축 부담금 부과 예상 단지는 지난해 6월 기준 68곳, 조합원 1인당 예상 부담금은 평균 1억467만 원이었다. 1인당 예상 부담금이 평균 4억5000만 원에 달한 단지도 있었다.
조합들은 최대한 부과를 늦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구청이 부과에 필요한 서류를 요청하면 미흡하게 작성해 부과를 최대한 지연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순복 반포현대 재건축 조합장은 “우리 단지가 선례가 될 순 없지 않냐”며 “부과 절차가 시작되면 행정소송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재초환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부활했지만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부과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부과 기준이 완화됐지만 정부와 국민의힘이 제도 폐지를 추진하자 구청들이 부과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이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조합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데다 제도가 지속될지도 확실하지 않아 부과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만약 부담금을 부과했다가 제도가 폐지되면 구청이 주민 민원을 떠안아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이미희 전재연 공동대표는 “논란을 우려해 구청들도 재건축 부담금 1호 구청이 되는 건 피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토부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선 이후 어떻게 조치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은 재초환에 대해 “일단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초환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재초환을 둘러싼 혼란은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새 정부도 부과와 폐지 가운데 결론을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재명 후보가 당선돼도 재초환에 대한 반발과 집값 통계 왜곡 이슈로 부담금 부과를 강행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갖고 있어 김 후보가 공약한 재초환 폐지 법 개정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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