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초계기, 연말 창정비 앞두고 사고…“추락 1분전까지 교신”

  • 뉴시스(신문)
  • 입력 2025년 5월 30일 1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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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인 2021년 2월 기체 창정비 실시
2010년 도입해 운영…2030년 도태 예정
조류충돌·난기류 등 외력 의한 추락 가능성 조사
탑승 승무원 4명, 순직 결정 이어 1계급 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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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에서 지난 29일 추락한 해군 해상초계기가 올 연말 기체 창정비를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과정에서 조종사는 추락 1분 전까지 관제탑과 교신했으며 비상상황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해군에 따르면 사고기는 2021년 2월 25부터 8월 23일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기체 창정비를 실시했다.

검사항목은 항공기 기체·기골·구성품 등에 대한 부식과 균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상태검사 및 비파괴 검사 등 285개 항목이다. 사고 항공기는 2010년에 도입해 운영해왔으며 2030년에 도태 예정이었다.

해군 관계자는 “창정비는 통상 4.5년 주기로 실시한다”며 “사고 항공기의 경우 올 연말 창정비를 실시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기는 올해 2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야전정비를, 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부대 정비를 실시했다”고 부연했다.

사고기는 사고 당시 포항기지에서 조종사 기량 향상을 위한 이착륙훈련(Touch and Go: 활주로 접촉 후 재상승) 중이었다. 이 훈련은 포항기지를 이륙 후 선회해 활주로 접촉 후 재상승을 반복하는 절차로 이뤄진다.

사고기는 사고 당일 총 3회의 훈련을 계획했다. 29일 오후 1시43분에 이륙한 사고기는 1차 훈련 후 2차 훈련을 위해 오른쪽으로 선회하던 중 오후 1시49분께 알 수 없는 이유로 기지 인근 야산에 추락했다.

해군 관계자는 “사고기는 포항기지 활주로를 한번 터치하고 다시 이륙해 오른쪽으로 선회하는 과정에서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사고기는 아파트 등 민가와 멀지 않은 야산에 추락해 민간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해군 관계자는 “조종사들은 기체를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며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조종사들이 기수를 민가가 없는 방향으로 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날 관제탑은 사고 직전인 오후 1시48분까지 사고기와 교신했다. 사고기는 교신 1분 후인 49분에 추락했는데 교신 당시 비상상황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는 게 해군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해군은 사고원인 규명에 단서가 될 수 있는 음성녹음저장장치를 지금껏 찾았고, 오늘(30일) 오전 사고 현장에서 회수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사고기에는 일반 민항기에 탑재돼 있는 블랙박스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군 관계자는 “음성녹음저장장치에는 조종사들 간 기내에서 통화한 내용이 저장되게 돼 있다”며 “교신 이후 추락까지 시간이 매우 짧아 사고원인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있을지는 분석해 봐야 안다”고 말했다.

블랙박스와 관련해서는 “현재 P-3CK 8대 중 2대에 대해서는 블랙박스 장착사업을 진행했고 나머지 6대에 대해서는 올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장착할 계획이었다”며 “사고기에는 장착이 안됐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포항기지 기상은 양호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해군은 조류 충돌 가능성과 기상 급변 및 난기류 등 외력에 의한 추락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에 있다.

해군은 사고 발생 이후 모든 항공기의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특히 P-3 해상초계기는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사고 당일 탑승했던 승무원 4명은 정조종사 고(故) 박진우 중령(이하 진급된 계급), 부조종사 고 이태훈 소령, 전술사 고 윤동규 상사, 전술사 고 강신원 상사이다.

이들은 오늘 오전 해군본부 보통전공사상 심사위원회에서 순직이 결정됐고 직후 1계급 추서 진급됐다.

해군 관계자는 “박 중령은 1700여시간의 비행경력을, 이 소령은 900여 시간의 비행경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며 “박 중령은 약 5년, 이 소령은 약 3개월 포항에서 근무하며 비행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해군은 유가족과 협의한 결과에 따라 이들 장례식을 해군장으로 엄수할 예정이다. 영결식은 6월 1일 해군항공사령부에서, 봉안식은 대전현충원에서 진행된다.

해군 관계자는 “다시 한번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이번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군은 이번 추락사고로 인해 오는 31일 진행할 예정이었던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마덱스) 2025 대국민 부대개방행사를 취소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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