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1% 악성민원에 교사들 지쳐…소통으로 반목 줄이고 공감 늘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4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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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에 위치한 인하사대부중 3층 교무실에서 김창완 인하사대부중 교감(61)이 학부모가 교사와 소통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적절한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인천=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최근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와 학생, 교사 간 갈등이 심각하다. 학생들 간 사소한 갈등이 학교폭력 문제로 번지거나, 학부모의 잦은 민원 제기 과정에서 교사와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올바르게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학교 내 갈등은 줄이고 신뢰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1990년 교직 생활을 시작해 2022년 인하사대부중 교감을 맡은 김창완 선생님과 만나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는 학교 구성원 간 갈등과 올바른 소통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 교사는 2019년부터 전국 초중고교 교사 1500여 명이 참여하는 ‘전국 생활교육 교사 단체채팅방’에서 각종 사건에 대한 선생님들의 상담을 진행중이다. 현재는 인하사대부중 민원대응팀에서 팀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학교 현장의 문제 해결 방법을 제안하는 신간 ‘긴급출동 학교119’를 출간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학부모와 교사 간 소통 과정에서 여러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학부모와 교사 간 라포르(rapport·상호 친밀감이나 신뢰관계)가 형성된다면 위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학교나 교사를 함부로 적대시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평상시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소통이 부족하다.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는 전체의 1%도 안 되는데 이들이 제기하는 악성 민원 때문에 교사가 지쳐버린다. 또 학부모, 학생들과 라포르를 형성할 기회를 놓쳐버리게 된다. 극소수의 악성 민원으로 교과 수업, 생활 지도, 방과후 학부모와의 소통이 위축되고 단절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외에도 과도한 행정 업무 처리 등으로 교사들이 마음의 여유를 잃게 된다.”

-학교폭력 문제도 심각하다고 들었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학폭위)로 회부되는 학교폭력(학폭) 건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중 학생들 간 사소한 갈등이나 감정 다툼을 무리하게 학폭으로 연결시키는 비중이 굉장히 많다.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학폭위 심의 결과 중 ‘조치 없음’이 2628건으로 전체의 84%에 달한다. 학폭위 심의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한 달에서 6, 7개월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사이에 학생 간 반목이 심해지고 서로 원수가 된다. 학교 내 사소한 갈등까지 모두 학폭으로 처리하다보니 교사 행정력이 낭비되고 학급 분위기도 저해된다.”

-학부모가 교사와 소통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적절한 방법은 무엇일까.
“대부분 교사는 학부모의 평범한 상담 요청은 방과 후라도 거부하지 않는다. 담임선생님에게 어떠한 문제로 상담하고 싶은지, 몇 시쯤 전화하는 게 편할지 문자나 학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먼저 물어보면 된다. 선생님은 밤중에 갑작스레, 반복적으로 걸려오는 악성 민원이 괴로운 것이다. 정중하게 먼저 문자로 묻는다면 그걸 마다할 선생님은 없다. 민원의 경우 학교가 마련한 공식 창구(전자 민원 시스템, 학교 이메일 등)를 통해 제기할 수 있다.”

-내 자녀가 학교폭력에 연루됐다는 의심이 든다면.
“내 자녀 얘기만 듣고 곧바로 대응하는 것은 자제해주길 바란다. 자녀 얘기만 듣고 바로 학폭으로 신고하거나 경찰에 고소하는 분들이 꽤 많다. 그런데 아이들은 보통 본인 감정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상대방의 잘못 위주로 고자질하듯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일단 자녀 얘기를 경청하고, 이후 담임선생님한테 전후 사정이 어떻게 됐는지 충분히 듣고난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한풀 꺾이고 차분히 대응할 수 있다.”

-교사 입장에서 민원에 대응하는 올바른 방법은.
“우선 악성 민원과 일반적인 민원·고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률적으로 근거가 없거나 교칙과 아무 관련 없는 무리한 요구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악성 민원이다. 지각한 학생을 왜 지각 처리했냐며 계속 따지는 것이 대표적인데 자녀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 결국 악성 민원으로 이어진 것이다.
초기에 악성 민원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학교에서 마련하고 이에 대처하는 요령을 교사에 공유해야 한다. 악성 민원이라고 판단된다면 학교 차원에서 마련된 민원대응팀에 대처를 맡겨야 한다. 학교에 공유하지 않고 모든 민원을 교사 혼자 떠안으려 하다가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학부모와 교사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교 내 신뢰 관계 구축은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숙제이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학부모가 학교와 소통할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교사도 여러 이유로 학부모와의 일상적 소통이 부족한 상황이다. 학부모는 당장의 지각, 결석, 성적을 보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내 자녀의 면역력을 길러줘야 한다. 교사는 사소한 일부터 학부모와의 소통을 늘리고 공유와 공감을 일상화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학교와 가정이 반목하고 갈등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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