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3명 이상 있어야 살 수 있다”…병원 따라 생사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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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6월 5일 1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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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숙 교수팀, 급성 뇌졸중 환자 6만명 분석
연구진 “간호사 포함 응급·중증 인력까지 국가적 재편 필요”

지난해 2월 윤석열 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로 촉발된 의료대란 이후, 대학병원에서는 필수의료를 담당하던 의사들이 대거 이탈하며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전국 6만여 명의 뇌졸중 환자를 분석한 결과, 신경외과 의사가 0~2명인 병원은 5명 이상인 병원에 비해 생명을 살리는 중재 치료 시행률이 출혈성 뇌졸중은 60%, 허혈성 뇌졸중은 4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김형숙 연세대학교 대학원 공중보건학과 연구팀에 따르면 연구진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 2018년 7월~12월, 2021년 7월~12월 사이 응급실에 입원한 6만 661명의 급성 뇌졸중 환자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3차 병원 또는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급성 뇌졸중을 진단받은 성인 환자이며, 연구는 2023년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진행됐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 기능에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허혈성 뇌졸중, 출혈성 뇌졸중, 일과성 허혈 발작 등이 대표적이다. 발병 직후 ‘골든 타임’이라 불리는 수 시간 내 혈전용해제 투여, 수술, 중재적 방사선 치료 등이 이뤄져야 회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신경외과 의사의 즉각적인 판단과 처치가 핵심이다.

연구진은 병원 내 신경외과 의사 수를 기준으로 병원을 △Q1(0~2명) △Q2(3~4명) △Q3(5명 이상)으로 분류하고, 신경외과 의사 수와 중재적 치료 시행률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중재적 치료에는 수술, 정맥 혈전용해제(IV-tPA) 투여, 중재적 방사선 시술 등이 포함된다.

전체 출혈성 뇌졸중 환자의 46.2%, 허혈성 환자의 15.8%가 중재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의사 수가 적은 병원(Q1)의 경우 그 확률은 Q3 대비 출혈성 환자에서 60%(OR 0.40, 95% CI 0.31-0.52), 허혈성 환자에서 49%(OR 0.51, 95% CI 0.39-0.65) 낮았다. OR(오즈비)은 치료가 시행될 상대적 가능성을 의미하며, OR 0.40은 기준보다 60% 낮은 확률이라는 뜻이다.

치료 유형을 세분화한 하위 분석에서도 격차는 뚜렷했다. 출혈성 환자는 수술에서 58%(OR 0.42), 방사선 시술에서 66%(OR 0.34) 낮았고, 허혈성 환자는 IV-tPA 투여에서 41%(OR 0.59), 방사선 시술에서 69%(OR 0.31), 동시투여에서는 66%(OR 0.34)나 낮았다. 반대로 신경외과 의사가 3명 이상인 병원에서는 전반적인 중재 치료 시행률이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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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신경외과 의사가 적은 병원일수록 급성 뇌졸중 환자의 중재적 치료 가능성이 작았다”며 “이는 단순한 병원 특성 차이가 아니라 응급 대응력을 좌우하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허혈성 뇌졸중에서는 수술, 중재적 방사선 시술, IV-tPA 투여 등 치료 유형별로 의사 수에 따른 차이가 뚜렷했으며, 적어도 3명 이상의 신경외과 의사가 확보된 병원에서만 안정적인 중재 치료가 가능하다”며 “이는 전국 단위 데이터를 활용해 신경외과 의사 수와 치료 접근성의 연관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연구”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급성 뇌졸중처럼 고위험·고비용 질환일수록 ‘의사 수’가 환자의 생존율과 직접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뇌졸중 환자의 의료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높은 사망률과 장기 장애로 이어지는 질환 특성을 고려할 때 신경외과 전문 인력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전국 단위 데이터를 통해 의사 수와 치료 접근성의 구조적 상관관계를 입증한 만큼, 앞으로는 간호사 등 응급·중증 영역의 핵심 인력까지 포함한 보건의료 인력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본 연구는 청구데이터 기반이라는 특성상, 환자의 임상적 중증도나 병원 내 프로세스 차이 등 모든 교란 요인을 통제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전국 수만 건의 실제 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병원 인력과 치료 수준의 직접적 연관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함의가 크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 연구 결과는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국제학술지 ‘PLoS ONE’(온라인 과학전문지 공공과학도서관) 지난 3월 호에 게재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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