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현충일인 6일 대구 남구 충혼탑 위패봉안실에서 참배객이 눈물을 닦고 있다. 2025.06.06 대구=뉴시스
“첫 휴가 때 고무신을 사 들고 온 오빠가 다음에는 꽃신을 사 오겠다 했었는데 돌아오지 못했다.”
6일 오전 남구 앞산 충혼탑.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우다 순국한 해군 출신 고(故)서진수 장병의 동생인 서진숙(78·여)씨가 눈시울을 붉히며 한 말이다.
7남매였던 서 씨네 가족 중 첫째와 둘째는 각각 육군과 해군에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다 전사했다.
여동생과 함께 형님들에게 인사 온 서진해(85)씨는 7남매 중 넷째다. 그는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육군에 계신 우리 큰형님 전사 통지서를 받았다. 이후 해군에 계신 둘째 형님 전사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이들은 충혼탑 내 위패봉안실에 마련된 가족들의 위패를 어루만지며 “올해 또 인사드리러 왔다. 보고 싶다”를 되뇌며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아버지를 찾아온 참배객도 있었다. 그는 위패 앞에 서서 아버지의 군번을 외우며 “이제 와서 미안합니다. 아버님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넋을 기렸다.
대구시는 이날 ‘그들이 지켜낸 어제, 우리가 피워낼 내일’이란 슬로건 아래 제70회 현충일 추념식을 개최했다. 충혼탑 앞은 유족과 국가유공자 등 2000여명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검은색 복장을 한 시민 대부분은 가슴에 ‘추념 제70회 현충일’이 적힌 리본을 달고 행사에 임했다.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을 가리기 위해 시민들은 일회용 가리개를 쓰고 대열에 맞춰 앉았다.
오전 10시께 민방위 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행사에 참석한 모든 시민은 1분간 묵념했다. 국가를 위해 희생·헌신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기 위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행사는 묵념, 국민의례, 헌화·분양, 추념사, 헌시 낭독, 현충의 노래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추념식에는 김정기 대구광역시장권한대행 행정부시장, 이만규 시의회의장, 강은희 시교육감, 구청장, 보훈단체장, 관계 기관 단체장 등 내빈이 참석해 헌화했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충혼탑에는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투쟁한 순국선열과 공산 세력의 침략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지킨 영령들 그리고 국민의 생명을 지킨 5321분위 위패가 모셔져 있다”며 “사랑하는 가족을 조국의 품에 바친 유가족께 존경과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대한민국을 지켜온 선열들의 보훈 정신을 되새겨 지금 우리가 처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사회 통합을 이루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며 “대구시도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새 정부와 적극 소통하고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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