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가는 검사 120명… 줄어드는 檢 ‘수사-기소 분리’ 조직개편 촉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7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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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시대]
李대통령, 검찰 권한 대폭 축소 공언… 檢조직 ‘수사-기소’ 2개로 분리 가능성
검사징계법 개정, 법무장관 역할 확대… 공수처-경찰 수사 주도권 커질수도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함께 검찰은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직후부터 여당 주도로 국회에서는 ‘3대 특별검사(특검)법’ ‘검사징계법’ 등 검찰 견제 법안이 속도감 있게 통과됐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검찰 권한 축소를 공언해 온 만큼 검찰 내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 사정 주도권 특검에… “尹정부 ‘검찰 수사’를 수사할 것”

이른바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이 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각 특검법은 파견 검사 수를 최대 60명, 40명, 20명씩 총 120명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올 2월 말 기준 검사 현원이 2004명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검사의 5%가량이 특검에 파견될 수 있는 것이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검사 수(216명)의 절반 이상, 전국 2위 규모인 인천지검의 검사(115명)보다도 많은 규모다. 검찰 내부에서 “사실상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특별검찰청’을 신설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초기에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수사처럼, 이번에도 전임 정부를 향한 수사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시에는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특수부 검사들이 사정 정국을 이끌었다. 이런 수사로 윤 전 대통령이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적폐 청산’의 상징적 인물로 부상했고, 이는 그가 검찰총장을 거쳐 대통령에 이르는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이번에는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직접 주도권을 쥘 것으로 전망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초기 검찰 특수통들에게 적폐 청산 수사를 맡기고 나니 결국 비대해진 권한을 제어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한 법무·검찰 정책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특검’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3대 특검법은 윤석열 정부 시절 검찰의 수사가 미진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의혹들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 12·3 비상계엄 사건에 대해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공수처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후 윤 전 대통령을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못한 채 기소했다.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대상인 명태균 의혹, 건진법사 의혹 등도 김 여사에 대한 대면 조사 등이 아직까지 진행되지 않았다. 한 서초동 변호사는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검찰의 기존 수사들이 소극적이거나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는 것 역시 검찰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규모 검사 파견으로 인한 수사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검 수사 기간은 최장 6개월로 정해져 있어 이 기간에 파견 검사들은 기존 업무를 사실상 비워야 하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가뜩이나 형사사건 지연 처리 문제가 심각한데, 검사 120명이 동시에 빠진다면 전국 검찰청이 마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 쪼개기’도 예고

검찰 안팎에선 이 대통령의 공약 대부분이 검찰 권한을 약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검찰 조직에 대대적인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은 압수수색 단계에서부터 법관이 사건 관계자를 심문할 수 있도록 하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여기에 그동안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피의사실공표죄를 되살려 강화하고,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을 강력히 처벌하며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방안도 주요 공약에 포함돼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로 꼽히는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다.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을 비롯한 신설 수사기관 등으로 넘기고, 검찰청은 기소와 공소 유지만 담당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검찰 조직이 사실상 두 개로 쪼개질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국회를 통과한 검사징계법 개정안도 검찰의 위기의식을 키우고 있다. 개정안은 검찰총장뿐 아니라 법무부 장관에게도 검사의 징계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검찰 안팎에선 정치인 출신의 장관이 임명될 경우 징계청구권을 쥐고 검찰 조직 장악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공수처, 상대적 입지 커질 듯

검찰의 권한이 축소되는 대신 공수처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간 공수처는 만성적인 인력난, 공수처법 미비로 인한 수사 제약 등으로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수처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여당에선 정부 출범 후 공수처의 수사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5일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공수처가 기초자치단체장과 군검사, 군판사까지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안에는 공수처 검사의 연임 제한 횟수를 3회로 제한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등 공수처 검사의 신분 보장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사정 정국을 주도하며 권한을 확대해 온 검찰 입장에선 가장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셈”이라며 “특검, 공수처, 경찰 등이 수사 관련 주도권을 가져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검#검사#이재명 대통령#3대 특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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