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코엑스에서 ‘글로벌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식물원 수목원의 역할’을 주제로 제11차 세계식물원교육총회가 열렸다. 역대 가장 많은 51개국 244개 기관 1559명이 참여해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식물원과 수목원의 역할은 전시와 종(種) 보전을 넘어, 교육을 바탕으로 한 치유 영역까지 확장됐다.”
9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식물원교육총회에서 만난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식물원과 수목원의 새로운 방향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계, 반지, 안경테, 명함집까지 모두 나무로 된 것을 쓰는 그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식물원의 역할과 교육 철학을 공유하기 위해 미국, 영국, 중국 등 세계 51개국이 머리를 맞대고 세계식물원교육의 날 지정을 제안했다”고 했다.
● 동아시아 최초 개최, 최대 참석 인원
국립수목원은 9일부터 13일까지 국제식물보전연맹(BGCI)과 함께 제11차 세계식물원교육총회(ICEBG 2025)를 개최한다. 세계식물원교육총회는 세계 115개국 약 900여 개의 수목원과 식물원, 관련 기관이 속해 있는 국제식물보전연맹(BGCI)이 3~4년마다 여는 회의다. 식물원을 중심으로 생태와 환경교육의 최신 동향과 정보를 공유한다. 1991년 네덜란드에서 1차 회의가 열린 이후 동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렸다. ‘자연의 교실에서 지구의 내일을 배우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총 51개국 244개 기관 1559명의 수목원과 식물원 교육 전문가와 종사자, 생태 환경교육 전문가, 학생 등이 모여 식물원 교육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참여 규모는 역대 총회 중 가장 크다.
‘변화를 위한 교육-글로벌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식물원·수목원의 역할’이라는 큰 주제 아래, 건강과 웰빙, 다양성을 품은 식물원 교육, 첨단기술의 활용, 청소년 활동 강화, 포용성과 지역사회 참여 등 5개 소주제로 논의가 이어진다. 발표 140건과 워크숍 45건 등 총 64개 세션이 나흘 동안 진행된다. 해외 참가자 200여 명은 광릉숲과 국립수목원도 탐방한다. 이번 행사는 종이 책자를 없애고, 총 탄소배출량을 계산해 산림 탄소흡수량으로 상쇄하는 탄소중립 행사로 진행된다.
● 광복·식목일 80주년, 생물 주권 회복
국립수목원은 올해 광복절 80주년, 식목일 80주년을 맞아 해외에 있는 우리 식물자료를 수집하고 종자 재도입까지 추진해 이른바 ‘생물 주권’을 회복할 방침이다. 이번 총회에서 유네스코 동아시아사무소, 미국 아놀드수목원, 중앙아시아 식물다양성 보전네트워크(CABCN) 등과 국제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특히 아놀드수목원과는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 반출된 기록과 자료를 바탕으로 공동 출판물을 낼 예정이다. 또 식물자료 복원과 종자 재도입 등도 합의했다. 임 원장은 “아놀드수목원에는 200종 넘는 국내 나무가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자료를 확보하고, 추후 구상나무와 미스킴라일락(수수꽃다리) 같은 종자 재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과 공동 조사, 종자은행 구축에 착수했다.
12일 폐회식에서는 성명서를 발표한다. 마음을 돌보는 치유와 기후 행동을 지원하고, 보전 기술·자원·지식의 통합을 위한 6개 추진 계획이 담겼다. 매년 6월 12일을 세계식물원교육의 날로 지정해 성명서에 담긴 공동 행동을 촉진하고 식물원 교육의 가치와 중요성을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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