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폐현수막 5만개, 70%는 매립-소각… 썩는데 50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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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때마다 산더미, 30%만 재활용
환경오염 막을 인프라-저장고 절실
“가방-마대 등 재활용 획기적 높여야”
“현수막 없는 디지털 선거를” 제안도

6·3 조기 대선 6일 뒤인 9일 서울 성동구 중랑물재생센터의 폐현수막 집하장에서 근로자가 선거 관련 현수막을 정리하고 있다. 이날 하루에만 집하장에는 110kg가량의 폐현수막이 들어왔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하루에 많을 땐 600kg이 넘는 폐현수막이 들어옵니다.”

9일 오전 서울 성동구 중랑물재생센터. 폐현수막 전용 집하장에는 6일 전 치러진 대통령 선거 관련 폐현수막이 성인 키 높이만큼 쌓여 있었다. 직원들은 쉴 새 없이 현수막을 모아 원단 압축기에 넣고 부피를 줄인 뒤 집하장 한쪽에 정리했다. 센터 관계자는 “오늘 작업을 마친 폐현수막은 농업용 부직포 생산공장에서 재활용된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대선으로 약 5만 개의 폐현수막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처리 실태 등을 감안하면 이 중 재활용되는 것은 약 30%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는 대부분 땅에 묻거나 불 태워 처리한다. 전문가들은 폐현수막을 가방, 마대 제작에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재활용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선거 폐현수막 10개 중 7개는 매립-소각

선거 때마다 폐현수막이 무더기로 쏟아지지만, 재활용률은 33%(2024년 기준)에 그친다. 재활용 인프라와 저장 공간이 부족한 탓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 1110.7t의 폐현수막이 발생했다. 이 중 재활용된 것은 272.6t(25%)에 불과했다. 지난해 22대 총선 때는 1234.8t의 폐현수막이 버려졌고 359.9t(29%)만 재활용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대선 폐현수막도 30%대 정도의 재활용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선거에 쓰이는 현수막은 일반적으로 폴리염화비닐(PVC)이나 폴리프로필렌(PP) 등으로 만든다. PVC 1t을 태울 때 온실가스 1.38t이 나온다. PP 1t을 소각하면 온실가스 3.07t이 나온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10㎡ 규격 현수막 1장을 처리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 무게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4.03kg이다. 올해 대선 때 나온 폐현수막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만 약 200t에 달하는 셈인데, 이는 연간 8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소나무 약 2만5000그루가 있어야 흡수할 양이다. 현수막을 태우면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도 발생한다. 땅에 묻으면 분해되는 데 50년이 걸린다.

● 환경 오염 우려, “재활용 처리 시스템 필요”

폐현수막으로 인한 환경 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관련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친환경 소재로 선거 현수막을 만들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일각에서는 친환경 소재를 쓰면 현수막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선거 운동에 영향을 미칠 거란 불만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잘 썩는 생분해 현수막은 일반 PVC 현수막(1㎡당 약 1만5000원)보다 2∼3배 비싸다.

전문가들은 환경 오염을 막을 재활용 처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은 “폐현수막 전용 집하장과 같은 현실적인 방안 마련을 통해 폐기부터 재활용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현수막 없는 ‘디지털 선거’ 제안도

지방자치단체들도 폐현수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전국에서 처음으로 폐현수막을 집결·선별하는 집하장을 마련했다. 시는 장기적으로 폐현수막을 고형연료 제조, 가방 및 마대 제작 등에 사용해 100% 재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광주 서구는 폐현수막을 활용한 어린이 안전우산을 제작해 관내 초등학교에 전달했다. 충북 진천군은 폐현수막 1만8000장을 수거해 72개의 벤치와 테이블을 제작해 관내에 설치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쓰레기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디지털 선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현수막 홍보 문화에 대해 정치권부터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온라인 광고 등 디지털 홍보 문화로의 이행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현수막을 내건 정당이 수거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 환경 오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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