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정부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김모 씨는 1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복귀를 희망하는 다수 의견이 일부 강경파에 의해 무시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 1년 차 레지던트다.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의정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최근 젊은 의사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서 모인 전공의 200여 명과 함께 온라인에서 복귀 요청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붙어 있는 전공의 서류 접수 안내문. 뉴스1
● “복귀 막은 전공의 대표, 대책 없이 시간만 허비”
그는 5월 전공의 추가모집에 지원하지 않았다. 당시 복귀자는 860명에 그쳐, 현재 수련 중인 전공의(2532명)는 의정 갈등 이전의 18.7% 수준에 불과하다. 김 씨는 “전공의 대표(박단 대한의사협회 부회장)가 ‘지금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복귀를 강력히 막았고, 다들 새 정부와 협상을 통해 복귀하길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 후에도 의정 간 대화가 지지부진하면서 지도부 전략 부재를 성토하는 전공의 내부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김 씨는 “정원 3058명 복귀, 전공의 처우 개선, 각종 수련 특례 등 정부가 할 만큼은 했다. 정작 전공의 대표는 아무 대책 없이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복귀 희망자의 단체 대화방에선 “7월부터라도 수련을 이어가고 싶다”는 요구가 많다. 9월부터 시작하는 하반기 수련에 복귀할 경우 전문의 자격시험을 기존 2월뿐 아니라 8월에도 치르게 해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전문의 취득 지연 기간이 2년에서 1년 6개월로 줄어든다.
그러나 “정부가 더 이상 물러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 씨는 “과도한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은 안다”면서도 “전공의들도 윤석열 정부의 독단적인 증원 정책 피해자다. 특혜가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전공의의 조속한 복귀가 중요하다”며 “다시 기회를 주면 사직 전공의 상당수가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대정부 투쟁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 패키지를 비롯한 의료개혁안, 진료지원(PA) 간호사 제도화 등에 대해서도 기존 전공의 단체 입장과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김 씨는 “건강보험 재정이나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면 의료개혁 추진은 정부로선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 다만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는 등 절차 측면에서 아쉬웠다”고 했다. PA 간호사 업무 확대에 대해서도 “교수, 전공의 등과 업무 분담을 명확히 해 현장 혼란을 막을 필요는 있다”면서도 “전공의의 과도한 업무를 나누는 등 긍정적인 역할도 있다”고 했다.
새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공공의료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안 된다”며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지방은 아직 공공의료를 통해 의료 사각지대를 줄일 필요가 있다”며 “공공의대 설립은 반발이 클 수 있지만 지역의사제 도입은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의사제는 의대생 일부를 지역에 일정 기간 근무하는 조건으로 선발하는 제도다.
김 씨는 의정 갈등 기간 의사가 이윤만 추구하는 집단으로 악마화되거나 의사 사회 내부에서 교수와 전공의·의대생 간 세대 갈등이 극명히 드러난 데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김 씨는 “수련 과정에서 (교수들의) 불합리한 행태도 없지 않지만, 수련을 중단한 후배들을 가장 걱정하는 건 교수들”이라며 “교수 집단 전체를 ‘중간착취자’로 매도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이어 “박봉과 열악한 환경에서도 환자 곁을 지키는 의사도 많다”며 “환자와 의사가 다시 신뢰를 쌓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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