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적립금이 430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42개 퇴직연금사업자를 대상으로 ‘DB형 수익률 제고 간담회’를 열고, 실적배당형 투자 확대 등 운용 관행 개선을 주문했다.
DB형 퇴직연금은 퇴직 시점에 확정된 급여를 지급하는 구조로, 적립금의 수익률이 근로자 수령액에 직접 영향을 주진 않지만, 기업이 부담해야 할 적립금 수준에는 큰 차이를 만든다. 2024년 말 기준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214조6000억 원으로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431조7000억 원)의 절반에 달한다. 그러나 DB형의 연간 수익률은 4.04%에 그쳐 확정기여형(DC형) 평균 수익률 5.18%과 개인형IRP의 평균 수익률 5.86%보다 낮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같은 저조한 수익률의 배경에는 ‘보수적 운용’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DB 제도를 운영 중인 42개 퇴직연금사업자 가운데 88.1%인 37개사가 자사 DB 적립금의 90% 이상을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투자하고 있었다. 이들 기관의 자체 수익률도 평균 4.37%로 DB 전체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운용 전문성이 떨어지는 기업 내부 담당자와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경영진의 태도 역시 구조적 원인으로 꼽힌다. 고용부는 “근로자 수급과 기업 재무 부담 모두를 고려할 때 DB형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는 중장기적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자산운용 사례도 공유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자사 DB 적립금의 70%를 실적배당형 상품에 분산 투자해 최근 6년간 업계 평균 대비 2.5%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자산운용과 리스크관리 부서장을 적립금운용위원으로 참여시키고, 사내 전문부서를 자문조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퇴직연금사업자로서 고객들에게 기업의 퇴직부채 증가 추이 분석을 바탕으로 목표 수익률을 설정하고, 동종 업계의 투자 현황과 성과를 비교해 제공하는 등 맞춤형 운용 전략을 자문한 사례를 소개했다.
서재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퇴직연금사업자 스스로 자사 DB 적립금을 합리적으로 운용하는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며 “사용자에게도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등 ‘기업의 금융멘토’ 역할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DB형 퇴직연금 운용 간담회도 열 계획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