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공개한 로맨스 스캠 사례
50대 남성 A 씨는 올해 4월, 데이팅 앱에서 일본인 여성 B 씨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프로필 사진에 호감을 느낀 그는 이후 46일간 매일 B 씨와 일상을 주고받으며 친밀감을 쌓았다.
A 씨는 자연스레 그녀를 연인으로 믿게 됐고, 급기야 결혼까지 약속했다. 그러던 중 B 씨는 “결혼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며 가상자산(코인) 투자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는 자신이 투자 중인 해외 거래소에 A 씨도 함께 가입해 투자하자고 제안했다.
하루에 ‘세금 5%’ 핑계…1억 원 넘게 빼앗겨
코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A 씨는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B 씨가 떠날까 두려운 마음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우선 20만 원을 투자했고, 실제로 수익이 나는 것을 보자 B 씨를 더욱 신뢰하게 됐다.
이후 B 씨는 점점 더 많은 금액의 투자를 요구했다. A 씨는 결국 총 1억 520만 원을 거래소에 송금했다. 하지만 투자 후에도 B 씨는 “하루에 5%씩 세금이 붙는다”며 추가금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자금이 바닥난 A 씨가 더 이상 돈을 보내지 못하자, B 씨는 “더는 만날 수 없다”며 이별을 통보한 뒤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A 씨는 뒤늦게 자신이 ‘로맨스 스캠’의 피해자였음을 깨달았다.
SNS·데이팅앱 타고 확산 중… 전형적인 ‘로맨스 스캠’ 수법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로맨스 스캠 사례
2일 금융감독원은 “멋진 이성이 SNS에서 당신에게 메시지를 보낼 확률은?”이라며 “외국인 여자친구의 달콤한 코인 투자권유는 100% 사기”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로맨스 스캠은 SNS나 데이팅앱을 통해 접근한 뒤, 장기간 감정 교류를 통해 피해자와 친분을 쌓는다. 그 뒤 결혼, 자녀계획 등 미래를 약속하며 ‘가스라이팅’ 방식으로 투자를 유도한다.
사기범들은 대개 변호사·전문 투자자·상속자 등의 신분을 사칭하고, 외국인(주로 일본·태국 국적)으로 위장한다. 또 “한국 여행을 앞두고 있다”며 여행지나 음식 추천을 요청하는 등 자연스럽게 호감을 얻는다.
결혼 약속하며 “소액 수익→고액 투자 유도→출금 차단”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로맨스 스캠 사례
이들은 초기에는 소액 투자로 수익을 경험하게 해 피해자의 신뢰를 얻는다. 이후 점점 투자 금액을 늘리게 하고, 거액이 입금되면 출금을 차단하거나 잠적하는 수법이다.
금감원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라고 하더라도 특금법상 신고 없이 국내에서 내국인 대상 영업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온라인을 통해 가상자산거래소 가입을 유도하는 업체는 불법업체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어떠한 거래도 하지말라”고 경고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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