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스1 ⓒ News1
영상통화 중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신체를 노출한 장면을 휴대전화로 녹화해 저장한 행위는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카메라에 신체를 비춘 경우, 이를 저장했더라도 ‘직접 촬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 영상통화 중…연인 신체 노출 장면 저장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불법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5일 확정했다.
A 씨는 2022년 당시 연인이었던 B 씨와 영상통화를 하던 중, B 씨가 샤워하거나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세 차례에 걸쳐 녹화해 저장했다. 이후 B씨가 이를 발견하고 항의했다.
■ 법원 “자발적 노출 화면 저장, 불법촬영 해당 안 돼”
1심과 2심, 대법원은 이 행위가 ‘촬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영상통화는 피해자가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카메라에 비춰 상대방에게 전달한 것”이라며 “이 장면을 저장한 행위는 정보를 복제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직접 카메라를 이용해 상대방의 신체를 찍은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검사는 2심에서 공소 내용을 추가해 다시 다퉜지만, 법원은 영상이 외부에 유포되지 않았고 단순 소지에 그친 만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불법 촬영물이 반포된 경우 소지나 저장 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언급하며, “이 조항은 불법 촬영물의 수요를 막기 위한 취지”라면서 “반포가 전제되지 않은 영상물까지 처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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