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이 검출된 매트리스를 판매한 대진침대가 소비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은 “현실적으로 질병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정신상 고통으로도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다”며 새로운 손해배상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일 이모 씨 등 소비자 130여 명이 대진침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진침대가 원고들에게 매트리스 가격과 위자료 100만 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라돈 침대’ 논란은 2018년 5월 대진침대가 제조한 일부 매트리스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다량 검출되며 시작됐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폐세포가 방사선에 노출될 경우 악성 종양이 발생할 수 있다”며 라돈을 폐암의 주요 원인 물질로 지목했다. 당시 소비자들은 해당 매트리스를 사용하면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대진침대 측 손을 들어줬다. 당시에는 라돈과 같은 방사성 물질 사용을 명확히 규제하는 법령이 없었다는 점이 이유다. 그러나 2심은 안전성이 결여된 제품을 판매한 점이 위법하다고 보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실정법상 라돈 방출 물질의 사용을 금지하는 명문 규정이 없다거나 사용을 제한하는 구체적 기준이 없다고 해서 당연히 그 사용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독성물질에 노출된 피해자에게 반드시 현실적인 질병이 발생할 것을 요구한다면 그에 대한 사법적 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 통념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신상 고통을 입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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