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2023년 청년마을로 지정한 전북 익산 ‘지구장이’ 마을은 나무를 손으로 다듬어 필요한 것을 만드는 핸드메이드 목공기술이 핵심 경쟁력이다. 올해 상반기에 전국 청년들을 상대로 한 집수리 교육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창업에 필요한 인테리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새마을금고가 지원하는 청년마을기업으로도 선정됐다. 목공과 집수리 등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는 4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전북 익산 지구장이 마을 사람들. 왼쪽에서 두 번째가 권순표 대표. 사진제공 지구장이 마을
이 마을의 권순표 대표(41)는 먼 길을 돌아 지금의 ‘전공’을 찾았다. 전북 익산 원광대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서울의 외국계 은행 지점에 근무하다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자격을 취득했다. 내친 걸음에 CFP의 고향에서 활동하려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했다가 언어장벽 등을 실감하고 귀국했다. 나이가 들어 다시 은행에 취직하긴 어려웠다. 절치부심하던 중 2016년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기업가 육성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해 선정되어 지원금 2700만원으로 목공 핸드메이드를 주제로 하는 사회적기업 ‘사각사각’을 설립하면서 인생의 방향이 바뀌게 된 것이다.
지구장이 마을이 개최한 인테리어 교육 프로그램 장면. 사진제공 지구장이 마을이후 행안부와 새마을금고 등 든든한 협력파트너들을 만나게 된 것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관련 다각화(related diversification·본업에서 출발해 유사한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를 통한 외부 협력(external alliance)의 사례다. 철도 교통의 중심지 익산의 청년마을 답게 지난해에는 코레일과도 인연을 맺었다. 익산역 사무공간을 빌려 목공 핸드메이드 전시회를 연 것이 인연이 되어 9월 청년의 날에는 코레일유통 및 삼양식품의 지원을 받아 ‘청년은 맵다’ 축제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새마을금고 청년마을기업 지정행사를 마치고 동아닷컴을 찾아온 권 대표는 “2023년 청년마을로 지정된 뒤 의류 유통사업, 청년 축제와 관광 사업 등 목공 핸드메이드와 관련이 없는 사업도 추진했지만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올해는 전공에 집중해 시너지를 낸 결과 회사도 이익을 냈고 마을 사업도 궤도에 올렸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웃음이 가득한 행복한 얼굴엔 자신감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권순표 대표가 6월 26일 동아닷컴을 방문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권 대표는 개인적으로도 ‘관련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연을 맺은 사회적경제를 더욱 깊이 있게 접하고 싶어 사회적경제학과 석사학위를 받았고 여기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접목해 한양대 지속가능경제학과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산림자원 활용을 위한 공동체 활용방안’을 주제로 올해 논문심사를 통과하는 것이 목표다. 청년마을 같은 공동체가 주체가 되어 나무의 생산부터 가공, 유통까지 마무리하는 일관 체계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생산된 목공 핸드메이드 제품을 캄보디아 등 해외로 수출하는 꿈도 꾸고 있다.
그는 “여기까지 오는데 말 못 할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내가 이 일을 하려고 태어났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목공 핸드메이드 비즈니스라는 고유의 영역에 계속 매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