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20대 여성이라고 소개한 C 씨가 유튜브 본인 계정에 임신 36주차에 중절 수술을 받은 과정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올린 영상 모습. C 씨 유튜브 영상 캡처
임신 36주 차 태아의 낙태 수술을 주도한 병원장과 집도의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4일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살인 등 혐의를 받는 병원장 80대 A 씨와 집도의 60대 B 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낙태수술을 받은 유튜버 C 씨의 경우 살인 혐의로, 해당 병원에 환자를 알선한 브로커 2명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경찰은 수술에 참여한 다른 의료진 4명에 대해서도 살인 방조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 “36주 차 태아, 의료진이 꺼낸 뒤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
문제의 수술은 지난해 C 씨가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임신 36주 차에 낙태한 경험을 담은 영상을 올리며 논란이 시작됐다. 해당 영상이 확산되자 보건복지부는 경찰에 수사의뢰를 요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다른 병원 소속의 외부 산부인과 전문의였으나 A 씨의 병원에서 낙태 수술을 직접 집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 경찰 “태아는 생존 상태…초진병원서도 ‘건강’ 소견 확인”
경찰은 태아는 산모의 자궁 밖으로 나온 이후에도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수술에 참여한 의료진이 필요한 의료행위를 하지 않고 방치해 숨졌을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C 씨가 수술 전 찾은 초진병원 2곳에서 태아가 건강하다는 점을 확인했고, 수술 병원을 압수수색 하면서 확보한 압수물과 관련자 진술을 통해 태아가 출산 전후 살아있었다는 의미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
■ 경찰 “일반 낙태 사건과 달라…형사처벌 가능성 높다”
임신 24주를 넘어가면 낙태는 모자보건법상 불법이지만 2019년 4월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형법상 낙태죄가 사라지면서, 현재는 직접적인 형사처벌 조항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그러나 36주 차 태아의 경우 자궁 밖에서도 독립적인 생존이 가능한 수준이므로, 일반적인 낙태와는 법적·윤리적 판단 기준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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