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서울 강남구 보건소장(전 삼성의료원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의정 갈등, 실손보험 폐단, 지역간 의료 격차 등 의료계 이슈와 관련해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국내 주요 대형병원 원장을 지내고 서울과 지방에서 공공의료를 담당한 원로 의사가 있다. 바로 ‘이건희 주치의’로 잘 알려진 이종철 서울 강남구 보건소장이다. 그는 삼성서울병원장, 삼성의료원장을 지낸 뒤 2018~2022년 경남 창원시 보건소장을 맡았고 지난해 4월에는 강남구 보건소장에 임용됐다. 의료보험제도에도 관심이 많아 2012~2014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에 있을 때 각국 의료보험제도를 비교하는 논문을 썼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으로 의정 갈등이 시작됐고 이 문제는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다. 민간의료와 공공의료를 두루 섭렵한 이 소장을 만나 의료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의대 증원 문제로 시작된 의정 갈등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의정갈등은) 단순히 의대 증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잘못된 의료정책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오래전부터 이미 필수의료 붕괴, 지방의료 쇠락, 미흡한 응급의료 제도, 의료분쟁으로 인한 외과계 기피, 인구 노령화와 낙후한 지역사회 의료돌봄, 소득 양극화 심화, 빈약한 공공의료 등의 문제가 있었고 비로소 곪아 터진것이다.”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실손보험 문제는 개선해야 하며 비급여 진료(건강보험 미적용)는 최소화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만들어진 실손보험은 비급여로 진료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 만들었다. 당시 (실손보험은) 교수 특진료, 상급병실료, 고가 장비, 신약 등이 (적용) 대상이었다. 비급여진료가 어떤 진료과에 편중되진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당시 소위 ‘문 케어’가 시행되면서 고가의 의료 장비를 사용한 많은 진단검사가 급여화되고 상급병실료와 교수 특진료가 대부분 없어졌다. 대신 1차 의료기관에서 비급여 진료가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비급여 진료가 가능한 과목에 개원의들이 몰렸다. 소위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통증의학과 등이다. 많은 전문의들이 전문과목을 포기하고 일반의로 개원하거나 병원에 취직했다. (일반의는 의대를 졸업한 뒤 전공의 수련을 거치지 않아 세부 전공을 받지 않은 의사다.)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실손보험이 적용되는지 먼저 질문한다. 웃지 못할 일이다.”
이종철 서울 강남구 보건소장(전 삼성의료원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의정 갈등, 실손보험 폐단, 지역간 의료 격차 등 의료계 이슈와 관련해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저수가와 저급여, 저부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 1인당 국민소득 300달러일 때 시작된 의료보험제도는 3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3저 정책이다. 저수가(의료비), 저급여(보험공단이 지불하는 비용), 저부담(환자 지불 비용) 정책은 국민소득 3만 5000달러인 현 상황에 맞게 적정하게 개선돼야 한다.”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전공의는 교육수련생으로 대접해야 하며 수련 비용은 정부, 건강보험공단이 지불해야 한다. 사실 많은 선진국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전공의를 병원의 값싼 노동력 취급을 한 게 사실이다. 미국과 독일, 일본도 모두 의료 교육수련비는 정부가 부담한다.”
―의정갈등으로 산부인과, 소아과 등이 어려워졌다. “위험 부담이 큰 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제한적이어야 한다. 외과계 수술, 산부인과 출산, 심장내과 스텐트삽입, 소화기내과 점막박리 절제술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환자 단체와 협의를 해야 하고 대한의사협회도 자체적으로 윤리위원회, 자율징계권 등을 만들어 내부 자정도 해야 한다.”
―지방인구 감소와 수도권 편중 등으로 지방 의료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의 3차 의료기관을 우선 이용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또 지방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높다. 노인은 가난하고 질병도 많다. 노년기 우울증에 걸리는 사례도 많다. 미국의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와 같이 정부가 세금으로 70세 이상과 저소득층 의료비를 보전한다면 명분도 실리도 다 얻을 수 있다. 세금이 지원되면 건강보험 재정으로 수가 현실화도 가능하다. 국내 의료는 초저수가의 원칙 아래 미봉책 만을 해오다 오늘에 이르렀다. 이젠 변해야 한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강남구 보건소장을 끝으로 공공의료에 대한 헌신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재 강남구에서 의료돌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의료돌봄은 필수이며 공공의료의 핵심이다. 한국은 의식주 돌봄은 비교적 잘 돼 있으나 의료돌봄은 아직 초보 단계다. 다행히 강남구에는 구립요양병원이 있다. 구립요양병원을 노인전문병원으로 재편해 치매와 재활치료에 전념할 예정이다. 강남구 보건소에는 임상전문의 6명과 방문 담당 간호사 37명이 근무하고 있다. 방문진료만을 위해 설립한 2개 의원과 치매안심센터가 1차 진료를 담당한다. 자연히 입원진료와 퇴원후 재택진료가 가능한 구조가 된 셈이다. 잘 구축해서 통합돌봄의 좋은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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