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키운 ‘도시숲’ 하나, 年6000억 경제효과… 기온 7도 낮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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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시프트, 숲이 바뀌어야 사람도 산다]
숲 1㏊당 6.9t 온실가스 흡수… 열섬현상 완화-대기질 개선 기여
전국 214곳… 지자체 평균 1곳 안돼
“국민 모두 혜택 누리게 확대 필요”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서울 내 대표적인 도시숲 홍릉숲에서 아이들이 숲 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산림청 제공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서울 내 대표적인 도시숲 홍릉숲에서 아이들이 숲 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산림청 제공
“기분 탓일까요? 종일 땀이 뻘뻘 났는데 숲에 들어오니 하나도 안 덥네요. 바로 앞 아스팔트 도로랑 천지 차이예요.”

29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구 홍릉숲에서 산책하던 홍윤서 씨(34)는 숲속 그늘 아래에서 쾌적하게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이날 기온은 30도가 넘었지만 숲길을 따라 뛰노는 아이들도 한결 밝은 표정이었다.

홍릉숲은 41.8ha(헥타르)에 이르는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녹지 공간이다. 1922년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자 임업시험장이 들어선 곳으로 1993년부터 시민에게 개방됐다. 도시숲은 빌딩과 도로로 열이 갇히는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 산림이 도시 안에 조성될 경우 평균 기온을 3∼7도 낮춰준다. 건물 옥상이나 벽면에 식물을 심을 경우에도 최대 5도가량 기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도시에서도 숲에 들어오면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이 단순히 ‘기분 탓’은 아닌 것이다. 산림청은 이러한 열섬 완화 기능이 연간 약 6000억 원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고 추산한다.

도시숲은 도심의 대기질도 개선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홍릉숲은 인근 지역보다 미세먼지를 25.6%, 초미세먼지를 40.9% 줄여주는 등 공기 정화 효과가 뚜렷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경기 시흥시의 미세먼지 차단숲인 ‘곰솔누리숲’ 일대 대기질을 분석한 결과 숲이 조성된 2006년에서 2023년 사이 미세먼지 농도가 ㎥당 평균 85.2㎍(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에서 43.0㎍으로 거의 절반(49.5%)이나 줄었다.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시민도 3만6709명에서 2만776명으로 43.4% 감소했다.

탄소흡수 효과도 탁월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국내 산림은 ha당 6.9t의 온실가스를 흡수한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도시에서는그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지자체에서 산림청 국비 지원을 받아 조성한 도시숲은 214곳으로, 지자체 평균 1곳에도 못 미쳤다. 지금까지 전국에 조성된 생활권 도시숲은 5963개소 이나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14.07제곱미터로 WHO 권고기준 15제곱미터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산림청은 지난해 ‘기후대응 도시숲’ 107곳, ‘도시바람길숲’ 20곳, ‘자녀안심그린숲’ 60곳 등을 신규 조성하는 등 도시숲을 확대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박찬열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장은 “국민 모두 도시숲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도시숲의 양적·질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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