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려 수분 많이 배출돼 체액량 줄면
혈압 낮아져 어지럼증·실실 등 유발도
고령·만성 고혈압, 기립성 저혈압 주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8일 서울 세종대로사거리 인근에서 출근길 시민이 손으로 햇볕을 가리고 있다. 2025.07.08 [서울=뉴시스]
폭염이 지속되는 요즘같은 시기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단순히 ‘더위를 먹었다’고 여기기 쉽지만, 저혈압이 원인일 수 있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과도한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저혈압 환자가 증가한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이 확장되고, 땀을 통해 수분과 전해질이 많이 배출되면서 체액량이 줄어 혈압이 낮아질 수 있다.
이한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증상 없는 저혈압은 경과가 양호하며 특별한 치료가 요구되지 않지만, 어지럼증이나 실신 등 증상이 동반된 경우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원인에 대해서 감별할 필요가 있다”면서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혈압의 원인은 ▲탈수, 출혈, 설사, 이뇨제 사용에 따른 채액량 부족 ▲갑상선기능 이상, 당뇨, 부신기능저하 등 호르몬 변화 ▲자율신경장애, 패혈증, 혈관확장제 사용에 따른 혈관 확장 ▲심부전·부정맥 같은 심장질환 ▲항고혈압제, 항부정맥제, 항우울제 등 약제의 영향 등 다양하다.
뚜렷한 원인 없이 단순히 혈압이 낮게 측정되는 경우 대부분 증상이 없다. 하지만 어떤 원인으로 인해 평소보다 혈압이 낮아지면 뇌를 포함한 여러 장기로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면서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고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어지럼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순간적으로 혈압이 많이 떨어지는 경우 실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교수는 “머리가 신체 중 가장 위에 있고 심장에서 박출된 혈액이 중력을 이겨내고 공급되어야 하는 특성 때문에 혈압이 떨어지면 뇌로 가는 혈류부터 감소하여 신경학적 증세가 먼저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두통, 피로감, 무기력증, 집중력 감소, 이명, 소화불량, 구역감, 식욕 감퇴, 시력 장애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기저 질환에 따라 호흡곤란, 흉통, 심계항진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혈압이 지속적으로 낮은 경우 장기들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특히 혈압이 매우 낮아 조직과 장기에 산소 공급이 충분치 않으면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폭염이 이어지면 고령이거나 만성 고혈압 환자는 갑자기 일어날 때 머리가 핑 도는 듯한 어지러움을 느껴 쓰러지는 ‘기립성 저혈압’도 주의해야 한다. 기립성 저혈압이란 일어선 이후 혈압이 크게 떨어져 뇌 혈류 공급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기립성 저혈압 증상으로는 어지럼증, 시야 장애, 두통 등이 대표적이다. 김대희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혈압 환자가 평소 감압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약 자체가 혈관 확장제 성분이여서 기립성 저혈압이나 혈압 하강에 따른 증상을 더 느끼기 쉽다”며 “심한 경우 실신이나 이에 따른 낙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60대 이상 고령이거나 고혈압약·항우울제·전립선비대증 약 등을 복용하거나 당뇨병이 있을 경우 기립성 저혈압을 경험하기 쉽다.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이라면 의사에게 정확한 운동처방을 받아야 한다. 고혈압 약은 종류에 따라 운동 중 몸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운동 전 주의사항을 의사에게 확인 받는 것이 좋다.
여름철 저혈압을 예방하려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외부에서의 과도한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저혈압을 일으키는 유발 요인이나 기저 질환이 확인되면 교정과 치료가 우선이고 상태에 따라서는 혈압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약물 치료가 고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균형잡힌 식사와 활동, 충분한 휴식은 필수이고 적당한 수분 섭취는 탈수를 예방하고 체액량을 증대하는 효과가 있다. 술이나 커피는 체내 수분을 배출하는 경향이 있어 가급적 피한다.
기립성 저혈압을 예방하려면 자세를 급히 바꾸지 말고 천천히 움직이고, 장시간 오래 서 있는 것을 삼가야 한다. 김 교수는 “일어났을 때 어지럽다면 다시 누워 머리를 아래쪽으로 낮추고 증상이 사라지면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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