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23만명 중강도 신체활동 분석
남성 70%, 여성 80% 운동부족
“급속한 고령화에 활동량 줄어”
韓, 신체활동 부족국가 세계5위
ⓒ뉴시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25)는 퇴근 후 소파에 눕는 게 습관이 됐다. 이용권을 결제해 둔 헬스장도 나가지 않은 지 오래다. 김 씨는 “퇴근 후 집에 가면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며 “가끔 소화하려 아파트 단지를 따라 천천히 산책하는 게 하는 운동의 전부”라고 말했다.
김 씨처럼 국내 성인 4명 중 3명은 ‘숨차는 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숨차는 운동’ 비율 20%대에 머물러
10일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5∼7월 성인 약 23만 명을 대상으로 한 지역사회건강조사를 심층 분석한 결과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을 한 사람은 전체의 26.6%였다.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은 평소보다 숨이 가쁘고 몸이 힘든 신체활동을 하루 20분씩 주 3일 이상(고강도 운동), 또는 하루 30분씩 주 5일 이상(중강도 운동) 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다만 20%대를 벗어나진 못했다. 2015년 이후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했던 2020∼2021년을 제외하곤 전부 20%대를 유지했다.
대도시 주민(26.5%)이 농어촌 주민(28.2%)보다 덜 움직였다. 대도시는 승강기 등 이동 편의 시설이 많고 앉아서 일하는 직장이 몰려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성별 차도 두드러졌다.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을 한 비율은 남성 30.2%, 여성 19.5%로 조사됐다. 나이가 들수록 숨차는 운동을 덜 했다. 20대의 신체활동 실천율이 32.3%로 가장 높았고, 점점 줄어 70대 이상은 13.8%로 가장 낮았다. 다만 지난해 걷기 실천율은 60대에서 57%, 70세 이상에서 50.6%로 나타나 노년층은 중강도 이상 운동보다 걷기와 같은 가벼운 신체활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성질환, 정신건강도 신체활동에 영향을 미쳤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진단 경험이 없는 성인(26.8%)은 진단 경험이 있는 성인(19.6%)보다 신체활동을 활발히 했다. 우울 증상이 있는 사람들의 신체활동 비율은 25.1%로 우울 증상이 없는 사람들(17.3%)보다 높았다.
● 한국 ‘신체활동 부족한 국가 5위’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도 한국인의 신체활동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5개국을 대상으로 1주일 동안 중강도 150분, 고강도 75분 이상 신체활동을 하지 않는 성인 비율을 조사한 결과 2022년 한국의 신체활동 부족률은 58%였다. 같은 해 전 세계 성인의 신체활동 부족률 31.3%의 1.9배 수준이다. 신체활동률이 높은 국가 순위에선 191위에 그쳤다.
한국 성인의 신체활동률이 낮은 이유로 급격한 고령화가 꼽힌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중강도 이상 운동량은 자연히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강도 이상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상 속 움직임이나 가벼운 운동만으로는 근육이나 심폐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며 “수영, 자전거 타기 등 본인이 좋아하는 중강도 이상 운동을 하나라도 지속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정신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숨차는 신체활동을 정기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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